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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2019.7 로마-런던 첫 유럽 여행

2019.07.08 로마 - 아시시 : 베네치아 광장 - 콜로세움 - 진실의 입 - 포로 로마노

2019.07.08 로마 - 아시시

베네치아 광장 - 콜로세움 - 진실의 입 - Vinando - Flying Tiger - 포로 로마노 - 아시시로 이동 - Trattoria Santicci

 

 오늘은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일어나서 짐을 싸야 했다. 숙소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별로 떠나고 싶지는 않았지만 콜로세움 티켓도 못 샀기 때문에 이를 사기 위해서는 좀 일찍 나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짐을 다 싸고 리셉션에 가서 체크아웃 수속을 밟고 짐을 맡겼다. 이 숙소는 리셉션 마감 시간인 5시까지 짐을 맡아준다. 우리는 그 전에 아시시로 가는 기차를 탈 예정이니까 짐 맡기고 가볍게 출발!

 

 콜로세움 티켓을 미리 구매해 갈려고 했는데 너무 늦게 알아봐서 이미 예매 완료 된 상태였다. 그래서 현장 발권을 하기로 하고 포로 로마노 매표소로 이동. 생각보다 콜로세움이랑 가까웠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이동. 

 

 콜로세움으로 가는 길에 베네치아 광장을 지나치는 루트가 되어서 베네치아 광장을 멀리서라도 눈에 담기로 했다. 오늘은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베네치아 광장을 느긋하게 둘러볼 시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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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으로 봤을 때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 보였는데 직접 보니 생각보다 커다랬다. 왜 사람들이 이곳에 올라가서 전경을 보는 지 알 것 같은 높이였다. 이렇게 높은 줄 알았으면 시간을 좀 내서 한번 올라가 볼 걸 그랬나 보다. 새하얗고 커다란 건물이 햇살 아래에서 하얗고 밝게 빛나는 모습이 꾀나 아름다웠다. 외부에 노출되서 은근히 때가 탄 것도 이 광장 건물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것 같았다. 아마도 저기 말 위에 있는 청동 사람이 진짜 사람 크기와 같지 않을 까 싶다.

 

 베네치아 광장을 멀리서 보고 티켓을 사러 이동~

 

 포로 로마노 티켓 부스에는 정말로 사람이 거의 아무도 없어서 우리는 매표소를 눈 앞에 두고서도 저게 티켓 부스인지를 눈치를 못 채서 한참을 헤매고 있었다. 긴가민가 해서 다가가 보니 매표소가 맞았다. 매우 수월하게 30분도 안 걸려서 발권 완료! 콜로세움 통합권을 들고 콜로세움에 입장하러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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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로세움의 바깥에서 콜로세움을 쭉 돌아가며 구경하다가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먼저 구경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콜로세움에 들어가는데 얼마나 걸릴지 예상이 잘 안 가기도 하고, 입장 시간이 조금 남기도 했기 때문이다.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은 콜로세움 근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거대했기 때문에 눈에 띄는 건축물이었다. 주위를 돌면서 좀 보기도 하고 멀리서도 봤다. 가까이에 가서 보면 크기가 꽤나 크기 때문에 목이 좀 아팠다. 그래도 사람들은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보다 콜로세움에 관심이 많은지 다들 콜로세움 입장 줄에 서 있더라.

 

 우리는 티켓이 있기 때문에 금방 입장했고, 안쪽에도 줄이 굉장히 길다. 한참을 라인을 따라서 쭉 가다가 갈림길이 나오길래 어디로 가야 하는 지 잘 모르겠어서 일단 사람들이 많아 보이는 곳으로 갔다. 잘못해서 이상한 곳으로 빠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30분 정도 서 있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앞쪽을 보니 이런, 매표소 줄이었다. 너무 안 줄길래 이상하다 싶었더니... 그래서 그제야 부랴부랴 다른 쪽 길로 향했다. 이 길로 가니 진짜 금방 들어가더라. 괜히 30분 기다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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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로세움에 들어가면 우선 1층으로 나온다. 줄 서서 들어올 때부터 알겠지만 여기 규모가 정말 장난아니게 크다. 딱 들어서면 눈에 보이는게 거대하게 펼쳐진 돌로 된 원형 경기장이다. 로마의 건물들이 크기가 크지 않다 보니까 콜로세움에 전부 가려져서 그런지 돌로 된 콜로세움 벽 위로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게 환상적이다. 비록 일부분 복원 공사 중이기는 하지만 여기가 워낙 크다 보니깐 그런 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원형 경기장을 따라서 쭉 돌아가면서 구경하다 보면 새삼스럽게 이 유적이 굉장히 큰 규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데 워낙 크기도 하고, 우리가 둘 다 키가 작다 보니깐 1층에서는 키 큰 돌들 한테 가려서 그렇게까지 잘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슬슬 2층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분명히 2층이 있는 것 같길래 1층을 구경하면서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찾아 해맸다. 콜로세움이 원형으로 단순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여기저기 들어가고 나오는 통로들이 있고, 안쪽 통로랑 바깥쪽 통로가 연결되는 통로들이 있어서 생각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기가 힘들었다. 뺑뺑 돌다가 드디어 2층에 올라간는 계단을 발견하고 2층으로 이동. 2층은 복원이 진행되면서 새로 지은 곳이 많아서 그런지 전시관으로 꾸민 곳이나 기념품 점들도 위치하고 있었다. 2층에서 외부로 뚫려 있는 부분은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게 되어 있었고, 분명히 갈 수 있는 곳이 있는 것 같은 데 우리 둘 다 길치라 그런지 찾을 수 가 없었다.

 

그렇지만 안쪽으로 난 창은 매우 접근하기 쉽게 되어 있었고, 우리는 보다 편하게 콜로세움의 전경을 둘러 볼 수 있었다. 1층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아래쪽 구조물들도 더 잘 보였고, 콜로세움의 전체적인 모습들도 잘 보였다. 2층에서 내려다 보면서 좀 구경도 하고 기념품 점도 들어갔다 와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날 조금 마음이 급해서 서둘렀더니 콜로세움의 내부가 자세하게 까지는 기억에 남지 않아서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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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하게 이동! 진실의 입으로! 진실의 입에 사람들 많더라... 건물 밖에까지 줄을 서 있었고, 거기 관리하시는 분이 서서 딱딱 사진 찍으면 내보내시더라... 그래서 진실의 입만 찍힌 사진이 없어서 내 사진...

 

 진실의 입은 생각보다 거대했다. 저게 맨홀 뚜껑이었다고 하니 그 시대엔 맨홀 구멍이 굉장히 컸었던 것 같다. 무게도 엄청 무거워 보이니깐 아마 저거 옮기는 사람들이 엄청 고생했을 것 같다. 진실의 입의 저 입 부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졌는지 딱 저기만 윤이 날 정도로 맨들맨들했다. 사람들 손으로 저렇게 맨들맨들해질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걸까. 나도 그 매끄러움에 한 몫 거들었다. 뒤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잘 알고 있고, 나는 저기에 손 넣고 거짓말 할 것도 아닌데 괜시리 무섭더라. 그래서 표정이 무서운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니고 이상한 표정이었다.

 

 거의 내쫓기듯 사진 찍고 진실의 입을 떠나서 조금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 근처에 사전에 알아 놓은 식당이 없어서 이동하면서 즉석에서 검색을 해서 식당 결정! 펭귄이 많이 배고프다고 해서 거리를 1순위로 골랐다.

 

 지나가는 길에 콜로세움을 다서 만든 건물이 있길래 한장. 순간적으로 저 건물은 뭔데 콜로세움을 닮았나 했는데 그냥 콜로세움을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 사시는 곳이 아닐까 싶다. 외형을 보니 나도 한번쯤 들어가 보고는 싶더라. 특이하게 생긴 집! 지금 보니깐 왼쪽에서 두번째 집은 징징이 닮은 것 같다.

 

 이 날 날씨가 굉장히 더웠다. 거의 탈수 상태로 식당에 도착했기 때문에 우리는 야외석을 마다하고 실내로 들어왔다. 실내가 그래도 그늘이니깐 조금이라도 더 시원하지 않을까 싶어서 한 선택이었다. 에어컨도 있어서 그나마 살 만 했다. 막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가 너무 덥다고 하니깐 에어컨 안 틀고 계시다가 틀어주시고 자리도 옮겨주셨다. 이탈리아 사람들 진짜 존경스러운게 이 날씨에도 밖에서 밥을 먹더라. 목이 너무 말랐기에 빨리 빨리 주문하고 물을 마시고 싶었다. 근데 진짜 이 날은 시원한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다. 한국이였으면 무조건 냉면이나 냉모밀 먹으러 가고 싶어지는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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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랍스타 파스타(Spaghetti Astice) 랑 트러플 리조또(Risotto Funghi e Tarufo)를 주문!

 

 랍스타 파스타 비주얼이 진짜 대박이더라. 저기 장식으로 다리도 잘 배치되어 있고, 랍스타도 잘 조리되어서 배 부분의 껍질이 벗겨져 있어서 나이프로 꺼내면 잘 꺼내졌다. 랍스타 파스타는 펭귄에게 가까이 있고, 트러플 리조또가 내 쪽에 있어서 랍스타 펭귄이 발랐는데 깨끗하게 잘 빼내더라. 역시 숙련자의 손길이라는 건가...

 랍스타 파스타는 Shaval에서 먹은 해물 파스타와 유사하게 바다향이 진하게 나는 파스타였다. Shaval보다 짠 맛이 조금 덜 했고, 비리지 않은 진한 바다맛이 꽤 마음에 들었다.

 

 트러플 리조또는 한국에 있는 크림 리조또 들과는 달리 조금 더 물기가 적고 퍼석한 느낌이 강했다. 트러플을 진지하게 먹어본 건 이게 처음인데 트러플 향이 진짜 진하고 맛이 굉장히 특이했다. 버섯맛도 아니고 고기맛도 아닌 것이 뭔가 묘사하기 힘들다. 진짜 트러플맛이라고 밖에 말을 못하겠는 그런 맛. 부드럽고 뭔가 크림보다는 진하고 묵직한 맛이었다. 소스가 굉장히 진한지 트러플 맛과 같이 진한 소스 맛이 느껴졌다. 쌀은 오랜만에 먹어서 리조또가 좀 반갑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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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꺼 캐리어 자물쇠가 망가져서 새로운 자물쇠가 필요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알아본 Flying Tiger에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보인 그림 같은 구름이랑 배경이 된 건물들이 너무나 예뻐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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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ying Tiger는 생각보다 굉장히 커다란 잡화점 느낌이었다. 다이소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듣고 갔는데 그것보다 훨씬 종류도 많고 세련된 느낌이 강했다. 다이소는 진짜 생활용품 위주라면 여기는 잡화, 취미 생활, 장신구 이런게 많았다. 내 눈길을 끈건 미술용품들... 물감을 넣어서 쓰는 건지 물을 넣어서 쓰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붓이 있고, 조그만 물감 팔레트 들이 있는데 너무 귀엽고 한번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물쇠 찾을 겸 구경하다가 발견한 조그만 룰렛 기계. 펭귄이 재미삼아서 돌려봤는데 777 떠서 찰칵! 우리 둘 다 놀랐다. 군것질 거리도 엄청 많고 해서 시간이 많으면 여기도 한 번 둘러보고 싶었다.

 

 로마에서 마지막으로 들릴 곳인 포로 로마노.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넣은 곳이다. 내 취향은 우거진 수풀 속에 있는 고대 유적들이다. 그렇기에 포로 로마노는 어떤 면에서 내 취향을 강하게 저격한 곳이다. 다른 곳보다 방문하는 손님들이 적어서 그런지 입장표를 검사하는 분들이 굉장히 유쾌하셨다. 우리한테 좋은 시간 보내라고 하시면서 환하게 웃어주시더라. 그래서 우리도 로마에서 좋은 시간 보내고 있다고 답변해 드리고 안쪽으로 이동했다. 지도를 꼭 챙기라는 충고를 들었기에 지도도 제대로 챙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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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서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거대하고 내 취향인 곳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으면 이 곳을 제외하고는 하던데 개인적으로 그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내가 느끼기에는 콜로세움 통합권을 구매했다면 이 곳은 한번쯤 들러라도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어딘가엔 출구가 있겠거니 싶어서 발이 닿는 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돌아보는 와중에 고등학교 친구에게 영상 통화가 걸려와서 친구에게 간접적으로 포로 로마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본격적인 구경에 나섰다. 

 

 포로 로마노의 모습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조금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위쪽이나 안쪽으로 이동해 보기를 권장한다. 딱 입구에서만 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조금 더 웅장하고 한적한 곳을 거닐 수 있다. 본래 목표는 들어왔을 때 보이는 높이있는 전망대 같은 곳에 올라가 보는 것이었는데, 우리 둘다 길치이기에 지도가 있음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저기를 향해서 하염없이 걸어가다 후반에는 포기하고 그냥 주위에 경치를 즐기기로 했다.

 

 난간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유적지와 거리가 그렇게 멀지도 않고, 사람들도 많이 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인파에서 조금 멀리 떨어지면 내가 이 유적지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이 느낌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유적지들보다 기억에 좀 남는 것 같다. 편안하게 한적하기에 기분좋게 걸어다닐 수 있었고, 우리는 여기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평화롭게 걸어다니다가 슬슬 기차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아 출구를 찾아 이동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짐을 찾아서 테르미니 역으로 향했다. 여기에서부터 우리의 고생이 시작됬다. 로마의 길은 내려갈 땐 몰랐으나 테르미니 역으로 가는 길이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로였다... 그리고 보다 큰 문제는 테르미니 역이 생각보다 너무나 컸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시시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 플랫폼을 찾아 해맸고, 아시시가 굉장히 작은 소도시이기 때문인지 외따로 있는 플랫폼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여유로운 편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플랫폼에 들어가서 한참을 걸어도 우리가 가야하는 플랫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마음이 다급해진 우리는 뛰기 시작했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플랫폼의 끝까지 가라고 했다. 우리는 반신반의하면서 열심히 뛰어서 플랫폼의 끝까지 갔으나 거기에도 없었다.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그 플랫폼의 맨 끝에서 다시 안쪽으로 쭉 들어가야 했다. 이때부터 망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플랫폼 길이도 굉장히 길어가지고 한참을 뛰는 것 같은데 플랫폼이 끝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열심히 뛰어서 어떻게든 기차 앞에 도착했고, 우리가 너무 지친데다가 정신도 없어서 캐리어를 제대로 못 올리고 있으니깐 기차에 먼저 타 계시던 분이 캐리어를 들어서 올려주셨다. 우리가 너무 정신이 없으니깐 들어가서도 문도 제대로 못 열고 있었다. 그러자 문도 열어 주시면서 우리랑 같이 빈 자리를 찾아주셨다. 내가 여기에서 정신을 못차리고 아직도 힘들고 당황해서 문 열어주시는 것만 빨리 빨리 쫓아가고 있었는데, 뒤를 돌아보니 펭귄이 없는 거다...! 분명 기차는 같이 탄게 분명한데 갑자기 안 보여서 돌아가야 하나 고민했는데, 나는 이미 앞에서 문 열어주신 분이 자리를 찾아주셔서 그 자리에 짐만 놓고 움직이기가 조금 그런 상황이었다. 주위에 있는 분에게 짐을 부탁하려고 했으나 내 자리 주위에 있는 분들은 전부 영어가 안 되는 나이가 많으신 현지인분들이었다... 나는 당시 유심이 아직 제대로 작동을 안 하고 있어서 이탈리아어를 검색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짐을 들고 움직이기에는 내가 힘이 다 떨어져서 안 될 것 같았다. 어떻게든 짐을 부탁한다는 말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펭귄에게 제대로 작동해 주지 않는 유심을 붇들고 전화하려고 했지만 둘 다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펭귄이 오지않아서 진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짐을 들고서라도 펭귄을 찾으러 가자 맘을 먹고 일어나려고 하니 펭귄이 도착했다. 너무 지친 얼굴로 반쯤 울 것 같더라...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너무나 안도되고 미안한 마음에 둘 다 어딨었어만 말하고 상황을 얘기했다. 펭귄은 나한테 전화하는데 내 유심이 정상작동을 안 하니 전화도 안 오고, 캐리어 한쪽 바퀴에 뭐가 끼었는 지 잘 안 움직여서 끌고 오기도 힘들고 해서 나를 따라올 수 없었다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지 아니면 앞으로 계속 와야 할지 모르겠어서 한참 전화하면서 서 있다가 내가 아무런 연락도 없길래 내가 간 방향으로 쭉 온 거라고... 둘 다 너무 정신이 없는 상태였어서 진짜 다시 만난게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레지오날레는 표 예매한 시간부터 4시간 유효합니다. 혹시라도 기차를 놓쳤다면 주위에 있는 직원분에게 문의한 후 다음 기차를 타시면 되니 저희처럼 무거운 캐리어 끌고 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시시로 가기 위해서는 foligno라는 역에서 갈아타야 했는데, 우리는 어디가 무슨 역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 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 분들 내리고 시간이 좀 다가올 때 우리 자리의 통로 건너편에 젊은 남자분이 앉으시길래 혹시나 싶어서 말을 걸어봤다. 이 분은 영어가 통하셨다! 우리가 혹시 지금 정차한 역이 Foligno냐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조금 더 가야 한다고 대답해 주셨다. 우리는 감사하다고 하고 다행히도 아직 지나치지 않았으니 조금 더 창밖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기로 했다. 그러고 조금 있다가 우리 둘 다 이 역이 그 역이 맞나 아닌가 얘기하고 있으니 그 분이 우리에게 Foligno는 다음 역이라고 얘기해 주셨다. 우리는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감사를 표현하고는 짐을 챙겨서 내릴 준비를 했다. 짐이 많으신걸 보아하니 어디 기숙사에 들어가시는 것 같던데, 아직 학생이시라면 고학점 길만 걸으시길! 인터넷도 안 되고 이탈리아어도 안 되는 우리에게는 진짜 커다란 빛이셨습니다.

 

 그 분의 도움으로 Foligno역에서 무사히 하차. 다행히 역에 내려서는 전광판에 계속해서 환승 게이트도 표시되고 이탈리아어 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계속 나오고 있어서 손쉽게 찾아갔다. 환승은 다행히도 쉽게 이루어졌고, 우리는 너무나 지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아시시는 발음도 알고 있고, 역 밖에 아시시라고 커다랐게 적혀 있었기에 쉽게 찾아서 내릴 수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고생의 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시시역에 무사히 내려서 다행히도 인터넷이 되는 펭귄의 핸드폰의 지도에 의지해서 숙소를 찾아갔다. 그런데 메시지가 잘 못 전달 됬는지 숙소 주인분께서는 우리의 체크인 시간을 잘 못 알고 있으셔서 자리를 비우신 상태셨고, 거기에 더해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숙소 대문 앞의 조그만 처마에 의지해서 장대비만큼이나 세차게 쏟아지는 소낙비를 피해 한참을 서 있었다. 그러고 한참 서 있다가 주인분께 다시 전화가 와서 옆에 있는 Restorante에 들어가서 거기에 일하시는 분께 전화를 바꿔달라고 하시더라. 그러고는 한참을 이야기하시더니 그 남자분이 우리에게 따라오라고 하시고는 숙소로 안내해 주셨다. 드디어 숙소에 들어가게 된 우리는 짐 좀 던져 놓고 쓰러져서 쉬다가 저녁 먹을 식당에 갈 겸 주위도 둘러볼겸 해서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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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쏟아진 비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서 기차를 놓칠 뻔한 것, 숙소 예약에 혼선이 있었던 것 이런 것이 겹쳐져서 기분이 굉장히 내려앉아 있었다. 그렇지만 비가 갠 이후의 아시시의 풍경은 정말 그림처럼 예뻐서 지치고 우울한 내 기분을 달래줬다.

 

 그런데 놀라운 것. 비가 와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우리가 다닌 곳 주위에 모든 가게가 다 문을 닫았더라. 우리가 원래 가려고 했던 피자 가게도 문을 닫았고, 식료품점도 닫고, 심지어는 맥도날드 마저도 영업을 종료했길래 우리는 아까 우리에게 숙소의 주인 분이신 남자분이 일하시는 식당으로 가기로 했다. 딱 보니 거기빼고는 다 영업을 안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알아놨던 피자가게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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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 정보가 없이 간 식당이다 보니 메뉴를 보고 고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메뉴는... 두둥! 이탈리아어 밖에 없었습니다... 아는 단어를 조합해서 간신히 메뉴를 추리고, 아까 우리에게 숙소를 안내해 주신 분께도 도움을 좀 구해서 그나마 알고 있는 뇨끼랑 라구를 주문. 라구는 펭귄 픽, 뇨끼는 내가 고른 것. 뇨끼는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상당히 다른 비주얼이었다. 일단 나는 고르곤졸라 뇨끼인줄 모르고 골랐습니다... 생각보다 끈적하고 고르곤졸라 맛이 많이 나서 고르곤졸라 특유의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느끼하다고 생각하실 수 도 있을 것 같았다. 식감 자체가 굉장히 쫀득, 끈적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좀 갈릴 것 같다. 라구는 펭귄이 예전에 다른 곳에서 먹어봤을 때 괜찮았다고 해서 고른 걸로 그 이탈리아나 서양쪽에서 많이 사용하는 그 향신료. 정체는 모르겠지만 그 향신료 향이 좀 많이 났다. 그렇지만 우리 둘다 향신료 괜찮은 편이라서 잘 먹었다. 뇨끼 먹다가 좀 느끼하면 라구 좀 집어먹고 하면 딱 괜찮았던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지친 몸을 끌고 숙소로 올라왔다. 숙소는 커다랬고, 화장실도 굉장히 잘 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에어컨 틀어놓고 쾌적한 환경에서 침대에 엎어져서는 내 유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와이파이에 연결해서 열심히 상담에 임했다. 초반에는 정직하게 한국에서 사서 꽂았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러니깐 아무도 해결해 주려고 하지 않아서 그 말은 다 숨기고 상담했다. 드디어! 내 핸드폰이 정상 작동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굉장히 행복해졌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콜로세움 톻합권 : 16220원

Vinando : 랍스타 파스타 20유로, 트러플 리조또 15유로, 자리세 2인 3유로, 물 3.5 유로

Flying Tiger : 자물쇠 3유로

테르미니 역에서 물 구매 : 5397원

파워 에이드 : 1유로

로마 - 아시시 트렌 이탈리아 : 14759원

로칸다 일 줄라레 펠레그리노 : 27415원

Trattoria Santicci : 35146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