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5. 로마
퀴리날레 궁전 - 트레비분수 - 판테온 - 나보나 광장 - giolitti - 보르게세 미술관 - 포폴로 광장 - Da Gino Al Parlamento
드디어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다.시차따위는 깔끔하게 무시하고 잘 잔 우리는 아침으로 먹기 위해서 샀던 참치 샌드위치를 먹었다. 아직 여행 초반이었어서 우리는 의욕에 찬 상태였고, 굉장히 이른 아침에 일정이 시작됐다.
어딜 가던 참치 샌드위치는 무난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골랐던 것이고,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야채가 너무 없었다. 진짜로 참치랑 소스만 들어있어서 2개째를 먹기 시작하면 물리기 시작했다... 나랑 펭귄이랑 둘 다 느끼한 걸 잘 먹는 편인데 펭귄은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첫번째 목적지는 퀴리날레 궁전이다. 퀴리날레 궁전은 특별하게 볼 게 많은 건 아니었다. 당시에는 퀴리날레 궁전이 그렇게 큰 줄 몰랐고, 근위병이 있는 지도 몰랐다. 그냥 지나가는데 근위병이 교대를 하고 있길래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거기도 퀴리날레 궁전이었다...
알고 있는 내용이 별로 없었고, 원래 예정에도 지나가면서 볼 예정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금방 발걸음을 트레비 분수로 향했다. 아직 매우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인지 트레비 분수는 말로 듣던 것보다 훨씬 사람이 적었다.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우리는 쾌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무슨 이유에서인지 분수에서 물이 안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도착한지 하루밖에 되지 않아서 가지고 있는 동전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다음에 한 번 더 들리기로 하고 사진만 좀 찍고 뒤로 했다. 직접가서 본 트레비 분수는 생각보다 거대했다. 나는 분수라고 하길래 아무리 커도 기껏해야 실제 크기의 절반정도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막연하게 다들 로마를 방문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따라 동전을 던지러 가는 장소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화려하고, 잘 조성된 하나의 예술작품에 더 가까웠다. 굉장히 섬세하고 역동적인 모양의 동상이 위치하고 있었다.
우리는 오토체크인을 했기 때문에 체크인을 하러 가기도 해야 했고, 슬슬 시원한 에어컨이 그립기도 했고 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세상에 천국이 따로 없더라. 진짜 말 그대로 타 죽을 수 있을 것 같은 햇빛이었다. 도시세를 추가로 지불하고 체크인 완료했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로비에 앉아서 에어컨 바람 밑에서 좀 쉬고 회복을 한 후에 다음 목적지인 판테온으로 향했다. 판테온 신전으로 향하는 길에서 우리는 갑자기 늘어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제부터 슬슬 단체 관광객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아까 트레비 분수를 볼 때와 같은 도시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복작거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항상 궁금한 건데, 왜 관광지에는 항상 마차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한두대도 아니고 아주 본격적으로 모여 있던데 그만큼 타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그리고 그 사람많은 곳에 말이 얌전히 서 있는 것도 좀 신기했다.
무료 입장이고 제한이 세지 않아서 그런지 판테온의 입장줄은 없었다. 줄을 서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관광지라니! 성수기에 여행을 하고 있는 만큼 장시간의 줄 서는 시간은 각오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조금 행복했다. 물론 그것도 좋았지만 일단 우리는 햇빛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행복했다.
무엇보다 아직 본격적으로 투어팀들이 돌아다닐 시간이 아니라서 내부에 사람도 별로 없었고 조용했다. 그래서 느긋하고 평화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투박해보이고 오래됬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내부에 그렇게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내부가 생각보다 화려했다. 그래도 내 마음에 제일 든 건 돔에 있는 구멍이었다. 판테온이 정말 유명한 이유가 이 구멍때문이이지만 건축학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기에 얼마나 만들기 어렵다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느끼기는 조금 어려웠다. 그렇지만 그 구멍 자체로도 뭔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구멍을 통해서 들어온 빛이 벽면의 한 부분에 동그랗게 비치는데, 그 강한 햇빛이 한 쪽에만 동그랗게 있는 걸 보니까 괜히 아름답고 성스럽더라. 시간만 많다면 의자에 앉아서 시간에 따라서 천천히 움직이는 저 동그라미를 쳐다보고 있고 싶었다. 뭔가 굉장히 오래된 신전에 앉아서 천장의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가만히 쳐다보는 느낌은 사람은 평화롭게 만드는 것 같다.
그늘에 앉아 내리쏟아지는 햇빛을 내려다보며 평화로운 신전에서 잠시의 여유를 즐기고 밖으로 나왔다.
판테온에서 나오자 그 앞에 있는 넓은 광장에 아까와 달리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조금 일찍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음 목적지인 나보나 광장으로 가는 건 매우 쉬웠다. 조금 길을 가다 보니 나보나 광장으로 가는 투어팀이 있길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가기만 했는데도 도착했다.
나보나 광장에는 3개의 분수가 있는데 이 중 제일 유명한게 위의 분수이다. 그런데 약간 웃긴게 이 분수 근처에만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더라. 솔직히 제일 유명하니 다들 여기서 사진 찍고 하는 게 이해는 됬지만 사이드의 작은 2개의 분수가 약간 불쌍해졌다.그렇지만 사이드의 두 분수는 규모도 작고 장식도 별로 없어서 확실히 눈에 띄지 않았다. 내가 봐도 이 분수가 제일 화려하고 예쁘다. 혼자 여행오신 분을 만나서 사진을 찍어드렸다. 그 분이 우리에게 선크림을 팔다리 구석구석 다 잘 바르고 다니라고 충고해 주셨다. 그 분 팔을 보니 벌겋게 타 있었다. 정말 아파 보여서 아침에 시간을 좀 투자해서 꼼꼼하게 바르고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드의 분수를 구경하러 갔더니 갈매기가 목욕을 하고 있었다. 시원하게 목욕하는 갈매기를 보니 정말 부럽더라. 사진 좀 찍고 구경 좀 하고 하다 보니 우리는 이미 햇빛에 타 들어가는 것 같았고, 이 화창한 날씩에 감사해야 할지 뜨거운 햇빛을 저주해야 할 지 모르겠는 지경이었다. 진짜 체면이고 뭐고 다 벗어던지고 저기에 손발 담구고 싶었다. 그쯤되니 왜 사람들이 다 광장에서 구경을 안 하고 사이드에 식당쪽에 앉거나 서서 구경하고 있는지 알겠더라.로마에서는 해가 중천일 때 절때 태양아래로 나와서는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모자를 못 챙겨왔었는데, 진짜 모자를 2개나 챙겨와준 펭귄에게 절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한국의 여름과 달리 이곳은 진짜 모자가 필수다. 한국의 여름이 찌는 더위라면 이탈리아의 여름은 타는 더위인것 같다.다행히도 습도가 높지 않아서 텁텁하거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줄기차게 흘러내리는 땀도 거슬리기는 마찬가지 였다.
이탈리아에 오면 1일 1젤라또를 하라는 말이 있기에 우리도 하나쯤 먹어야 겠지 않는가.제일 유명하다는 Giolitti에 왔다.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먹는 젤라또이니 완전 두근두근!!
수박맛 젤라또가 여름한정이라는데, 한정판과 특이한 맛에 환장하는 내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나는 수박맛이랑 피스타치오를 골랐고, 펭귄은 딸기맛이랑 초코맛을 골랐다. 기본적인 선택! 위에 생크림을 올릴지도 고를 수 있는데, 나는 원래 토핑같은 거 올려 먹는 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첫 젤라또이니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었다. 처음에는 나마크림이라고 하시길래 무슨 이야기인가 했다. 원래는 가면서 먹으려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도 젤라또가 다 녹아내릴것 같아 안에서 먹고 가기로 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안에서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여기 젤라또가 유럽 여행 중에 먹은 것 중에서 제일 맛있더라. 특히 수박맛이 여행하는 내내 생각날 정도였다... 펭귄도 수박맛이 정말 맛있다고 계속 이야기하더라. 피스타치오 젤라또는 굉장히 진하고 식감도 좋았다. 중간 중간 씹히는 피스타치오가 식감을 더 더해줘서 좋았다. 적당한 농도와 진한 견과류의 맛이 일품이었다. 진짜 맛있던 수박맛 젤라또! 다른 젤라또 들에 비해 아삭거리고 수박을 진짜 얼려 만든 것 같은 맛이었다. 진짜 수박맛! 안에 씨앗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조금씩 들어있는 초코칩이 더 맛있게 만들어 줬다
젤라또를 맛있게 먹고 스페인광장으로 이동을 결정했다. 스페인광장은 근데 생각했던 거보다 많이 협소하고 초라하더라... 계단이 많이 있기는 했지만 그냥 계단이 많이 있는게 끝이었다. 계단 많은 광장. 이 근처에 뭔가 상점이 많기는 하더라. 근데 사람들이 그 계단 많은 광장에 딱 그늘이 진 곳에만 앉아 있는 건 약간 웃기더라. 솔직히 우리도 그 얼마안되는 그늘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웃을 입장은 아니지만
정말 너무 덥고 힘들었기 때문에 계단에 앉아서 쉬기로 했다. 조금 쉬다가 꼭대기에 있는 성당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안이 무지막지하게 조용하고 직원분도 이미 조용한데도 불구하고 계속 조용히 시키셔셔 너무 불편해서 천천히 구경하지도 못하고 거의 쫓겨나듯이 나왔다. 진짜 숨소리도 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그래서인지 그 내부가 기억이 나지도 않더라. 많이 넓지는 않았던 것 같기는 한데...
광장의 아래에는 버려진 배라는 이름의 분수가 있다. 진짜 여기저기서 물이 나오고 구멍에서 나오고 하니까 진짜 침몰하기 전의 버려진 배 같더라. 크기는 작지만 이름에 걸맞게 잘 만들어진 것 같았다. 맨날 동물들만 조각되어 있는 분수들만 보다가 이런식으로 배 모양의 분수가 있는 걸 보니깐 색다르고 좋더라.
스페인 광장 근처에 유명한 티라미수 맛집인 폼피가 있길래 갔다.일단 가게는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다. 맛있는 티라미수들. 생각보다 종류도 많았지만 펭귄이 커피를 안 좋아하고, 딸기를 좋아해서 딸기 티라미수로 결정.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가게인 건 알고 있었는데 직원분들이 한국어로 포크 안에 들어있어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듣고 딸기? 라고 물어보시는 것도 들으니까 기분이 되게 이상하더라. 외국에서 외국인에게 듣는 한국어란 되게 미묘한 친밀감을 주는 것 같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티라미수는 숙소 냉장고에 넣어놓기로 했다. 저녁먹고 레몬첼로랑 같이 먹을려고 했기 때문에 2개는 좀 많을 것 같아서 1개만 사기로 했다.나는 계산을 위해서 동전 좀 찾는라 못 봤는데 펭귄이 티라미수 포장해 주는 걸 보니까 딸기를 진짜 푸짐하게 넣어줬다고 정말 좋아하더라. 이쯤 되면 알겠지만 펭귄은 딸기를 정말 좋아한다.
티라미수를 숙소 넣어놓을 겸, 멀리나가기도 싫어서 그냥 숙소 근처에 있는 햄버거 체인점 TGB : The Good Burger을 가기고 했다. 나는 몰랐는데 꽤 유명한 체인점인 것 같았다. 점심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 있더라.이곳의 메뉴를 잘 모르니까 제일 기본으로 보이는 치즈버거를 주문하기로 했다. 둘다 음료를 그렇게 많이 마시는 편도 아니고해서 음료는 하나만 시켰다. 복숭아가 많이 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복숭아 맛이 나는 게 여기저기 있더라. 그래서 복숭아 음료를 골랐다.
여기 버거 진짜 맛있더라. 나는 빵을 정말 좋아한다. 부드러운 빵이라면 진짜 한 바구니도 먹을 수 있을 것 만큼 좋아한다. 그런데 이 버거 빵이 진짜 부드러워서 일단 마음에 들었다. 모름지기 빵이 들어가는 음식은 빵이 맛있어야 한다. 진짜 평소에 먹던 버거집이랑 빵이 다르더라. 패티는 진짜 고기맛이더라. 약간 함박 스테이크를 씹어먹는 기분이었다. 적당하고 부드러운 식감!
정말 맛있기는 했지만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야채가 고기나 빵에 비해 적어서 그게 아쉬웠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는 야채를 싫어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외국에 나온지 하루만에 야채 부족으로 죽을 것 같다. 나 햄버거 먹다가 야채가 부족해서 기름지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치만 뒷부분이 내용물이 빠져나가지 않게 막혀있는 게 너무 좋았다.
복숭아 주스는 약간 황도 통조림을 들이 마시는 기분이었다. 진짜 복숭아 맛이기는 한데 나한테는 너무 무겁고 꾸덕했다. 나는 원래 주스는 약간 가볍고 청량한 걸 좋아하기 때문에 내 취향은 아니었다. 특히 햄버거랑 같이 먹기에는 버거도 무겁고 주스도 무거워서 조합이 약간... 이었다.
이제 보르게세 미술관으로 향했다. 아직 카메라에 익숙치 못해서 렌즈를 무심결에 만졌는 지 손자국이 났다...
변명을 하자면 햇빛이 매우 강해서 현지에서 사진 확인할 때는 저게 흐릿하게 찍혔는 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보르게세 미술관을 가기 전에 보르게세 공원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약간 촉박해서 공원은 구경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미술관엔 이미 사람이 많았지만 예약한 바우처를 이미 뽑아갔기에 바로 티켓 발급받을 수 있었다.
인터넷에 보니까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된다고 하길래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5유로 내고 대여했다. 친절하신 여자분이 담당자분이셨는데 ID카드를 달라고 하시길래 ID카드가 여권을 말하는 거냐고 물어보니깐 아니고 다른 것도 된다고 하길래 주민등록증을 보여드렸는데 그거면 된다고 하셨다. 주민등록증을 꺼낸 게 얼마안 되는지 그 여자분은 되게 좋아하시면서 우리한테 도대체 그걸 뭐라고 부르냐고 하시길래 주민등록증이라는 이름을 가르쳐 드렸다가 너무 길고 발음이 어두운 것 같아서 민증을 알려드렸다. 여자분이 다들 여권만 주는 상황이 불편하셨는지 열심히 배우려고 하시더라. 그래도 전혀 다른 나라의 단어를 외우려고 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그 호의에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외국에 나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모국어를 마주한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짐 맞기는 곳은 조금 불친절했다... 내가 실수로 핸드폰을 집어 넣고 가방을 맞겨서 바로 가방을 잠시만 꺼내달라고 했는데 온갖 싫은 티를 내셨다. 물론 내가 잘못한 건 맞지만 안되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그냥 갔을 텐데, 안 된다는 말도 없이 그냥 싫은 티를 확확내시니 내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정말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일로 내 기분을 망칠 수는 없었다.
안에 들어가니까 정말 대단하더라. 대단하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었지만 정말 대단하더라. 화려하게 장식된 방과 그 안을 빼곡히 채운 미술품과 조각들에 눈이 돌아가더라. 초반에는 도대체 번호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몰라서 오디오 가이드를 들고 한참 헤맸지만 문위에 번호가 있음을 발견하고 나서는 원활한 관람을 이어갈 수 있었다.
베르니니의 작품들이 굉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막연히 잘한다고만 알고 있었고 인터넷에서 본 사진으로만은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았는데 실제로 보니 대단하더라. 진짜 감탄밖에 안 나오더라.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베르니니 작품과 같은 방에 있는 조각들은 순식간에 그 아름다움을 잃어갔다. 따로 있으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을 조각들이지만 그곳에 같이 있으니 눈에 띄지를 않더라. 내가 지금까지 봐 온 조각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사람이 돌이 된 것 같은 조각이었다. 그만큼 정교하고, 부드럽고 살아움직일 것만 같았다. 진짜 보르게세 미술관은 이 베르니니의 작품들만으로도 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정말 유명한 작품이다. 아마 보르게세 미술관에 오는 사람들 중에서 이 조각상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것도 모르고 오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보르게세가 손이 살을 파고드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고 나타낼 때 바로 이 조각상이 나온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생각이상이었다. 돌로 만들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의 묘사로 인해 페르세포네를 만지면 내 손 마저 푹 하고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맞닿아 있고, 그 체형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사소한 부분들을 잘 잡아서 섬세하게 묘사하였기에 더 생동감이 드는 것 같다.
이 조각상 또한 매우 유명하다. 너무나도 얇게 조각되어 있어서 손으로 건드리면 소리가 난다고 하는 나뭇잎들. 한 장도 아니고 수 많은 나뭇잎들을 조각하는 건 정말 대단해 보인다. 만약에 내가 조각하는 사람이었다면 옆에 있는 다른 나뭇잎을 조각하고 나서 산산조각난 첫번째 나뭇잎을 보게 되었을 것 같다. 다프네의 매끄러운 살결과 변하고 있는 나무 부분의 거칠음과 수 많은 나뭇잎들이 대비를 이루고 있기에 딱 보는 순간 눈에 확 들어온다.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손가락 끝의 나뭇잎, 휘날리는 옷자락응ㄴ 은 저게 돌임에도 불구하고 공중에서 저렇게나 오랜 세월 안정적으로 떠 있을 수 있다는 점에 경이롭기까지 하다. 다프네가 나무로 변하는 장면을 눈 앞에서 본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다. 왜 찬사를 보내는지 알 것 같다.
베르니니의 작품 중에서 작업 비화가 마음에 든 작품이 있었다. 진실이라는 작품으로, 말년에 소문에 시달리던 베르니니가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결백을 알아 줄 것이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정말 작품으로 말하는 조각가였던 것이다. 소문에 시달린 것은 안타깝지만 그에 대한 결백을 자신이 제일 인정받고 오랜기간 해온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대단한 노력이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는 느낌이라 나보다도 거대하고도 숭고해 보이며 어딘가 절박해 보이기 마저 한 여인을 가만히 바라보고 서 있었다. 다른 작품에 비해 다른 색이 많이 섞인 돌의 색이 유독 마음에 들었다.
베르니니의 작품들만으로도 멋있었지만 내부의 공간을 그 작품에 맞춰서 천장화부터 시작해서 벽 장식까지 다 맞추었다는 점에서 보르게세가 좀 대단하더라. 솔직히 말해서 조각들도 대단했지만 그 조각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그 방이 조각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것 같다. 특히 나는 천장화 구경하는 걸 좀 좋아해서 아는 신화와 관련된 내용들은 천장화를 보면서 신화 속 내용들과 맞춰보고 하는 것도 좋았다. 진짜 보르게세가 얼마나 미술에 집착했고,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보르게세 미술관에 조각만 있는 줄 알았는데, 회화관도 따로 있더라. 생각보다 회화관의 규모가 커서 시간내에 다 못 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주로 미술품만 보고 빠지기도 하고, 오디오 가이드의 수가 적어서 서둘러 관람하기로 했다. 서둘러 관람하느라 그림은 한 장도 찍지 못했다.
그래도 까라바조의 그림이 위치하고 있었고 잘 모르는 작품들도 아름답고 유려한 게 많았다. 아는 작품들이 별로 없어서 기억에 남아 있는 작품들이 많지는 않지만 사냥의 여신과 그 요정들은 설명도 붙어있었고 작품또한 강렬했기에 기억에 남는다. 정면을 반듯이 쳐다보고 있는 그 시선, 그림이지만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 그림을 갖기 위해서 그림을 양도할 때 까지 화가를 감옥에 투옥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집트관의 내용물을 나폴레옹에게 뺏긴 것이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성모 마리아나 예수의 그림들이 다수 위치하고 있는 걸로 보아 확실히 보르게세가 추기경이기는 한 것 같았다. 수태고지가 단골 주제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확실히 그 수가 굉장히 많았다. 성경에 대해서는 수박 겉 핥기 만큼만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성경 내용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건 조금 아쉬웠다. 보르게세 미술관의 회화관은 관람시간 종료로 다 둘러보지 못하고 나와야만 했다. 관람객의 수가 적어서 쾌적한 관람이 가능한 건 좋았지만 2시간 밖에 되지 않는 건 좀 아쉬웠다. 마음 같아서는 조각품 하나하나에만 2시간은 투자하고 싶었다.
나와서 오디오를 반납하고 짐을 찾고 기념품점에 갔다. 그런데 그닥 마음에 차는 물건이 없어서 그냥 나왔다. 책이랑 타이포 배찌 같은 것밖에 없고... 미니 조각상도 그 유리안에 들어 있는 것 도 없고... 그 좋은 작품들로 저런 굿즈밖에 만들지 못한다니... 굿즈도 못 사고 작품도 못 사고 해서 아쉽게 밖으로 나왔다.
보르게세 미술관은 보르게세 공원 내부에 있다. 우리는 시간이 꽤나 남기도 했고, 아까 공원을 둘러보지도 못 했으니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구경하기로 했다. 햇볕으로 나가면 너무 더웠기에 나무 그늘이 많은 공원이 좋았던 탓도 있다. 우리나라의 공원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의 공원은 조금 더 운동기구도 많고 인공적으로 조성된 여가 공간이 많은 데 비해서 이 곳의 공원은 도로와 같은 곳만 제외하고는 거의 풀과 나무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더 우거지고 푸르른 것처럼 보였다.
한편에서는 원반을 던지며 강아지들이랑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가는 길에 본 한편에서는 아이가 5살 생일을 맞았는지 숫자 5 모양의 풍선이 걸린 곳에서 파티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진짜 외국에 온 것 같더라. 영화에서나 보던 공원 파티가 생각보다 외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열리는 것 같다. 솔직히 저런데에서 파티를 한다니 약간 부럽긴 하더라. 재미있어 보이더라.
보르게세 공원을 쭉 따라서 가다보면 핀초 언덕이 나온다. 포폴로 광장을 내려다 보기에 최고의 장소라고 한다. 핀초 언덕에 가는 길은 보르게세 공원을 통과하는 방법과 포폴로 광장에서 올라오는 방법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보르게세 공원을 통과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내려갈 때 포폴로 광장과 연결된 길을 따라서 갔는데 생각보다 가파르더라. 내려가는 것도 꽤 가파르기 때문에 올라가는 것은 더 힘들 것 같다. 우리가 핀초 언덕에 도착했을 때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발코니 자체가 큰 사이즈가 아니다 보니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구역은 많지 않았다.
마침 웨딩 촬영을 하시는 연인이 계셔셔 뭔가 더 낭만적으로 보였다. 정말 중요한 날일 웨딩 촬영을 위해서 우리는 연인으로부터 좀 떨어진 곳에서 구경하기로 했다. 다들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셨는지 연인의 주위는 관광객들이 없었다. 두 분 정말 행복해 보이시더라.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란다. 포폴로 광장은 위에서 내려다 보니 생각보다 더 거대했다. 가운데에 있는 오벨리스크가 조그마해 보일 정도였다. 구경하다가 연인 분들께서 우리 주위로 오시길래 비켜드렸다. 우리가 가운데 즈음에 서 있었기 때문에 사진 찍기 좋은 장소기는 했다. 우리는 두 분과 달리 겁이 많아서 난간에 앉아서 사진 찍을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그냥 풍경 사진만 찍다가 내려왔다.
핀초 언덕에서 내려오다 보니깐 이런 동상들이 서 있더라. 사람들의 시선이 안 닿고 발길이 뜸한 곳에 이렇게 서 있는 동상들이 나는 너무 좋다. 뭔가 번창했던 곳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길목을 보는 기분이라서... 물론 여기는 관광지이다 보니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생각보다 구석 구석 잘 만들어진 곳이었다.
포폴로 광장에 내려와서 어떻게라도 오벨리스크 사진 하나라도 건질려고 엄청나게 고생했지만 결과물은 이렇다. 로마의 살인적인 햇볕은 어떻게 해도 버텨낼 수가 없었다. 포폴로 광장 정말 넓은 데에 비해서 사람들이 별로 없기에 의아해 했는데 내려오니 그럴만 하더라. 우리도 광장을 지나서 오벨리스크로 다가갈 때 오벨리스크의 그림자에 숨어서 그림자를 따라서 걸어갔다. 광장이다보니 빛을 가려줄 게 하나도 없으니 내가 오늘 다녀본 곳 중에서 제일 햇볕이 심했다. 나보나 광장도 심했지만 여기가 더 규모가 크다 보니 더 더운 것 같았다. 오벨리스크 아래에는 분수가 나오고 있길래 손 한번 적시고 그 시원함을 등에 업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스페인 광장도 다시 지나고 퀴리날레 궁전도 다시 지나고 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너무 더웠기에 에어컨 바람도 좀 쐬다가 하면서 쉬다가 저녁 먹으러 이동했다. 사진이 다 쨍쨍하니깐 실감 못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미 7시가 다 되가는 시간이었다. 너무 밝아서 내가 저녁 먹는 시간을 자꾸 까먹으니깐 펭귄이 옆에서 저녁 시간이라고 상기 시켜주더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식사 시간! 미리 알아 봐 두었던 Da Gino Al Parlamento로 이동했다. 우리는 아직 여행 초반이라서 정신이 없었기에 예약이고 뭐고 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일단 그냥 갔는데 다행히도 딱 2명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남아 있었다. 비록 좀 좁고 문 쪽이기는 했지만 주인분이 어떻게든 자리를 찾아주려고 하시면서 찾아주시는 게 너무 감사했다. 딱 봐도 친절해 보이시고 자리도 마련해 주셔셔 감사히 앉기로 했다. 우리가 그날 마지막 저녁 손님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먹는 동안 나간 사람은 없고 왔다가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는 사람들만이 있었다.
이 식당에 대한 리뷰를 본 블로그에서 혼자 가셔셔 샐러드에 스파게티에 스튜까지 시켜 먹으시길래 우리는 의기양양하게 파스타 2개 스튜 1개를 시켰다. 둘 다 먹는 양이 적지는 않기에 다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문을 하니깐 파스타 먹은 후에 스튜가 나오도록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런 게 처음이라서 잘 몰라서 헤매니까 몇 번이고 다시 설명해 주시더라. 주인분이랑 웨이터 분이랑 다들 너무나 친절하셔셔 기분 좋게 주문했다.
카쵸 에 페페랑 뽀모도로로 선택.
카초 에 페페는 리뷰 블로그에서 먹었던 거고 뽀도모로는 원래 알고있던 파스타라 그렇게 골랐다. 한 가지 당부할 말은 여기 음식이 전반적으로 매우 짜다. 카쵸 에 페페는 솔직히 음식이 짠 음식이라고 해도 뽀모도로도 꽤나 짰다. 혹여 여기 가서 드실 분이 계시다면 꼭 소금 조금만 넣어달라고 부탁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맛은 있었지만 너무나 짰기에 우리는 물을 한병을 거의 다 비웠다. 그리고 양이 많았다.... 블로거 분 어떻게 혼자 다 드셨어요. 저희 파스타만 다 먹었는데도 배 터지는 줄 알았다고요 진짜 스튜가 나오기 전부터 우리는 스튜를 먹을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었다. 짜고 양이 많기는 했지만 그와 별개로 맛은 정말 있었다. 카쵸 에 페페는 후추로 맛을 내서 그런지 후추와 치즈 맛이 대부분이었고 뽀모도르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듯한 토마토 스파게티의 오습이었다.
우리가 진짜 배가 부르기는 했나보다. 고기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펭귄이 고기를 마다하더라. 게다가 보기보다 고기 양이 많아서 인당 2덩어리씩 먹고도 남았던 것 같다. 양고기 스튜였는데, 굉장히 부드럽고 맛있었다. 진짜 스파게티를 하나만 덜 시켰어도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소스도 맛있었고 진짜 부드러웠다. 로즈마리가 뿌려져 있었기에 약간 허브 향도 나면서 맛있었었다. 정말 배만 덜 불렀어도... 아쉬움과 좋은 기억을 안고 식당을 나왔다. 해가 금방 지는 지 우리가 들어갔을 대만 해도 쨍쨍했던 하늘이 금새 어두워져 있었다.
본격적인 로마관광의 첫 날의 마지막 생각보다 많이 더운 로마에 놀라고 아직까지는 넘치는 의욕과 체력으로 즐겁게 하루를 마쳤다.
폼피 딸기 티라미수 : 4유로
The Good Burger : 9430원
지올리띠 젤라또 2가지맛 : 2.8 유로 (수박 맛 & 피스타치오 맛)
보르게세 미술관 : 26768원 + 오디오 가이드 5유로
Da Gino : 36유로
쿱 : 15.69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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