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 시미에 공원 - 리스카리 궁 - 해변 - 콜린 드 샤토 공원 전망대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짐을 꾸리고 우리가 원래 잡았던 숙소인 호텔로 이동을 하기로 했다. 열쇠는 전날 말씀해 주신대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나오면 됬으니까 올려두고 캐리어를 끌고 그 높았던 계단을 다시 내려가야 했다. 내려갈 생각에 눈 앞이 조금 캄캄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어제 올라오던 것보다는 훨씬 편했다. 솔직히 들고 내려가는 게 아니라 그냥 우당탕탕 끌고 내려가는 거기는 했지만.... 내려가던 중에 얼마 내려가지도 않았다. 우리가 묶은 방이 있는 위쪽에서 호스트 분이 사시는 집 근처에 왔는 데 펭귄의 등 뒤에 커다란 풍뎅이? 같은 게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 나랑 펭귄이랑 둘 다 벌레 무서워해서 벌레를 발견한 나는 가만히 굳어 버렸다. 무슨 상황인지 말하면 펭귄마저 엄청 당황할 거라는 걸 그 와중에도 인지해서 그냥 멈추라고만 했는데 내가 등 뒤에서 눈에 띄게 불안해 하는 걸 느꼇는지 펭귄도 덩달아 당황하기 시작했다. 차마 손을 내칠 자신도 없어서 가방에 가지고 있던 팜플렛을 들고 어떻게 쳐야 우리 쪽으로 안 떨어지고 날라가게 할 수 있을 지를 생각하면서 엄청 난리법석을 떨면서 있었는데 우리가 소리지르는 게 집 안까지 들렸는지 호스트 남편분? 으로 추정되는 분이 상황을 파악하러 나오셨더라. 우리가 아무 말도 못 하고 bug라고만 소리치고 있으니까 손으로 냉큼 잡아서 저 멀리 던져 버리시더라. 역시 그 정도의 벌레를 맨 손으로 잡을 자신이 없으면 그런 곳에 살면 안 되는 건가.... 감사 인사를 엄청 쏟아내고 캐리어를 끌고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계단을 다 내려오니 힘들긴 하더라....
호텔까지 가는 길은 그래도 어렵지 않아서 캐리어를 끌고도 갈 만 했다. 호텔 리셉션에다가 짐 다 맡기고 에어컨 바람을 잠시 만끽하다가 우리의 일정을 위해서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본격적인 관광에 앞서서 배를 채우기 위해서 이동! 펭귄이 스위스에서 버거킹을 너무나 가고 싶어했는데 스위스의 물가에 튕겨나와서 가지 못했던지라 햄버거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아니 스위스 버거 단품 하나가 거의 만원에 가깝길래 진짜 사 먹을 엄두가 나지를 않았다. 숙소 근처에 위치하고 있던 맥도날드로 향했다.
우리 둘 다 먹는 양이 많지도 않고 이때부터 숙소가 취소된 걸 다시 잡고 하면서 경비에 차질이 생겼던 지라 돈도 아낄겸 해서 해피밀로 시켰다. 우리가 먹기에는 양도 괜찮고 구성도 괜찮고 가격도 괜찮았다.
근데 생각치도 않게 저 제공되는 장난감이 내 동심을 막 자극하더라. 어렸을 때 도서관에서 많이 봤던 그 덜렁이씨? 활발양? 맞나? 그 강낭콩처럼 생긴 애들이 주인공인 조그마한 그림책의 작은 피규어가 들어있더라. 엄청 좋아했던 그림책이라서 너무나 반가웠다. 햄버거도 버거랑 음료뿐만 아니라 과일까지 들어 있어서 정말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나서 본격적인 관광의 첫 장소는 시미에 공원. 여기에 마티스 박물관이 있기는 한데 그림보다는 사용했던 물건 위주기도 하고 우리 둘 다 마티스에는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아서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시미에 공원은 생각보다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광경을 볼 수가 있다. 여기가 많이 높은 건 아닌데 니스자체가 해안가는 정말 평지이기 때문에 조금만 올라가도 내려다 볼 수가 있다.
시미에 공원은 고대 로마의 유적지가 남아서 공원으로 조성된 곳이기에 이런 건물의 잔해를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막 눈에 띄게 많은 건 아닌데 그래도 가다보면 어 저거? 싶은 게 있다. 사진에 있는 거는 아마도 원형경기장의 일부인 것 같은데 이 부분을 제외하면 그렇게까지 눈에 띄는 구조물이 있는 건 아니었다.
마티스 박물관은 실제로 보니 더 귀여운 건물이었다. 건물 외벽이 진짜로 그림으로 그린 것만 같이 되어 있는데, 페인트 칠을 한건지 군데 군데 벗겨져 있는 게 더 그런 느낌이 나게 했던 것 같다. 외벽에 특별히 튀어나온 부분도 없고 창문도 딱 안에 맞게 들어가면서 평평하다 보니 얼핏 보면 저게 진짜 창문인지 그림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 실제로 창문이 아니고 그림으로 그려진 애들도 있어서 더 헷갈리는 것 같다. 열려 있는 창문이야 실제 창문인 거는 인지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건 좀 쳐다봐야 구분이 되더라.
시미에 공원을 조금 돌아보다 보니 꽃이 한가득 피어있는 정원을 발견하게 됬다. 장미철이 아니라서 막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건 아니었지만 여기저기 피어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장미도 예뻤지만 내가 좋아하는 파란꽃이 한쪽 벽면 가득 피어 있길래 거기에 눈이 갔다. 내가 파란 꽃을 좋아하는 건 펭귄도 알고 있었길래 잔뜩 신난 나를 보고 사진을 엄청 많이 찍어줬다. 꽃이 많이 피어있지 않아도 잘 조성되어있고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중간에 우물? 같은 것도 있어서 한참을 둘러보면서 구경했던 것 같다.
이 공원의 가장자리에 가면 이런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애초부터 전경을 위해서 만들어진 곳도 아니고 니스또한 유적지나 이런 것 보다는 여름 휴가철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전경이 막 아름다운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건 기분이 좋았다.
버스를 타고 쭉~ 이동해서 이번에는 구 시가지로 이동! 구 시가지가 조금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크기가 큰 편이 아니라서 조금 헤매다 보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구 시가지는 조그마한 골목골목이 이어져 있었고 아기자기한 가계들이 많이 서 있었다.
구 시가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것저것 신기한 가게들도 많이 마주할 수 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우리의 목적지인 라스카리궁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들어갈 생각이 그렇게까지는 없었는데, 그래도 온 김에 시간도 남으니까 들어가보기로 했다. 이 곳의 주 전시품은 악기이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 같은 형태의 신기한 악기들도 너무 많았다.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는데, 사진 촬영이 금지라서 정말 특이하게 생긴 악기들의 이름만을 적어왔다.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다양한 악기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전시실 내부는 촬영이 금지지만 복도까지는 아닐 것 같아서 복도의 모습만 담아봤다.
악기 말고도 현대미술도 많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우리 둘 다 현대미술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아는 것도 없기 때문에 악기만 주구장창 구경하다가 나왔다.
내 기억이 맞다면(이제는 너무 오래되서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여기는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무료입장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애초에 들어간 것도 무료입장이어서 그랬던 것도 있었던 것 같고..... 매일같이 사람이 복작복작한 관광지만 돌아다니다가 이렇게까지 한적한 곳에 들어오니 기분이 조금 묘~ 하더라. 당장 조금만 밖으로 나가도 사람의 무리에 다시 휩쓸리게 되는데, 여기는 이렇게까지 정적이고 한적하다니....
라스카리 궁을 나와서 한참을 더 돌아다니다가 바닷가에 가기 전에 옷을 가벼운 차림으로 갈아입기 위해서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중에 까르푸에 들러서 먹을 걸 사서 돌아가기로 했다. 펭귄이 그렇게나 먹고 싶어했던 수박을 드디어 발견해서 수박을 샀다! 펭귄이 진짜 좋아하더라.
더블 침대를 신청해서 그런지 방이 캐리어 두 개를 다 펼치니 조금 작은 느낌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화장실에 욕조가 있다는 게 조금 반가웠다.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다 샤워부스였기 때문에 목욕을 하지는 않을 거지만서도 반가운건 어쩔 수가 없더라. 웰컴 캔디도 너무 좋았다.
짐을 다 내려놓고, 수박은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아삭아삭하고 달달한 수박이 좋기는 하더라. 다 먹고 웰컴 캔디로 줬던 걸 하나씩 입에 물고 옷도 갈아입고 보다 가벼운 차림으로 해변으로 출발!
해변가로 가는 데, 하늘도 엄청 파랗고 바다도 파랗고, 해변가에 늘어서 있는 야자나무도 아름답고. 정말 남쪽 해변이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진짜 수영복을 왜 안 가지고 왔는지 너무나 아쉬웠고, 저 파란 바다에 뛰어 들지 못한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펭귄이랑은 달리 내가 가져온 옷들은 조금 두껍고, 해수에 닿으면 안 되는 것들이 많아서 나는 바다에 퐁당 빠지지는 못했지만, 펭귄이 바다를 휘젖고 다니는 것을 보니 나도 즐거웠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해변에서는 사진찍기가 조금 무섭더라. 아무생각 없이 풍경을 찍다가 다른 사람의 수영복 차림을 막 찍어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내가 그런 식으로 찍힌다면 기분이 매우 좋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니까... 그래도 타이밍 좋게 펭귄 주위에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것 같은 사진을 하나 건져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지금도 그 사진만 보면 너무 행복하고 즐겁고 그 당시의 기분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엄청 좋아하는 사진 중의 하나이다.
비록 바다에 퐁당! 하지는 못했지만 다리만 담구고 있어도 충분히 행복했다. 모래사장이 아닌, 돌로 된 해변이라 그런지 다른 바다랑 다르게 물이 투명하게 들여다 보이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바다에서 시원함을 만끽하고 더위로 좀 식히고 난 후에 밖에 나왔다. 나는 바지 밑단을 제외하고는 크게 젖지 않았는데, 펭귄은 한번 푹 빠졌다가 나왔기 때문에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냥 옷을 잡고 짜다가 도저히 안 되겠던지 결국 간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한번 벗어서 다 짜고 나왔다. 그랬더니 한결 나았지만 그래도 그 상태로 돌아다니기는 무리라서 따끈한 돌덩어리 위에 앉아서 물을 말리기로 했다. 일단 나도 아예 안 젖은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 때마다 동그란 물웅덩이가 생겨났다. 한참 앉아서 썬크림도 다시바르고 한 후에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마른 것 같아서 다음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어차피 해변가를 따라서 쭉 걸어가는 루트였기 때문에 바다를 따라서 쭉~~ 걸어가기로 했다.
전망대!!!! 여기는 계단이 아니라 경사로를 쭉 따라서 올라가면 됬다. 그렇게까지 많이 올라온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더라. 드넓게 펼쳐진 수평선을 따라서 햇빛이 반짝반짝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파도가 몰려오는 거에 따라서 바다가 정말 아름답게 반짝거렸는데, 사진에도 영상에도 제대로 담기지 않아서 너무나 아쉬웠다. 어떻게든 담아보려고 둘이서 난리를 쳤지만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담기지가 않더라.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눈에 가득 담기로 했다. 바람이 불어오고 반짝거리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이 굉장히 차분해지고 행복해지더라. 여기에서 진짜 오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냥 가만히 서서 바다를 바라볼 뿐인데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르겠더라.
오늘의 저녁은 까르푸에서 사 왔던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먹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한국 컵라면이 있길래 한번 사 봤는데....네...음... 외국 컵라면보다 입에 맞기는 했는데 너무 안 매웠다...한국인이 진짜 맵게 먹기는 하는구나....그래서 결국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 하나 까 먹었다. 그리고 독일에서 샀던 과자 남았던 거 다 먹어버릴 심산으로 맥주를 사 왔다. 1664는 펭귄픽, 나는 처음보는 숫자 써진 맥주! 이건 진한 흑맥주 맛이었다. 애초에 캔이 검은색이라서 흑맥주일걸 예상하고 산거라서 일단은 만족! 근데 약간의 과일맛이 나는 것 같아서 kgb 같은 맛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kgb랑 맥주가 섞인 맛이라고 생각하면 딱 좋은 것 같다. 꽤나 달달하면서도 진한 흑맥주 맛이라서 너무 좋았다. 시나몬이 가미된 흑맥주랑 비슷한 맛이라서 한국에서도 발견하면 기분 좋게 사 먹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오늘 맥도날드에서 얻은 우리의 기념품 겸 귀여운 장식품 ㅎㅎㅎㅎㅎ
니스 호텔 키리아드 니스 게어 - 1인 2박 77660원 + 도시세 3유로
맥도날드 - 해피밀 3.58유로
까르푸 - 1664 1.53유로, 수박 1.27유로, 86맥주 1.70유로, 초코우유 1.75유로, 믈 1.24유로, 컵라면 2개 2.79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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