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투알 개선문 - 몰랑 루즈 - 몽마르뜨 언덕 - 라뒤레 - 루브르 박물관 - 에펠탑
어제 너무나 지쳐서 그런지 조금 느지막히 눈을 떴다. 더운 날씨에 숨이 턱턱 막히는 숙소에 눈을 뜨니 품에 안고 잤던 차가운 물을 채운 생수통들은 이미 미지근하다 못해 따뜻하더라. 너무 지쳐있던터라 느릿하게 준비하고 느릿하게 출발했다. 어제 정말 환상의 나라를 갔다가 끝도 없는 현실로 내동댕이 쳐진 기분이라 어제 디즈니 랜드에서 좋았던 점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너무 힘들었다는 이야기밖에 나오지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이미 루브르 티켓을 인터넷으로 구매를 해 놓은 상태니까 나가기는 해야했다. 루브르를 가기 전에 개선문에 잠시 들렀다 가기로 했다.
지도를 보고 개선문을 찾아가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도로가 개선문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개선문 쪽으로 넘어가기 위한 길을 찾는 데 한참을 헤맸다. 지하도를 통해서 넘어가야 했기에 횡단보도만 생각하고 있었던 우리 눈에 초반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멀리서 본 개선문도 멋있었지만 가까이에서 본 개선문은 실로 거대했다. 매우 정교한 조각들이 가득했고, 나는 읽을 수 없는 문장도 적혀 있었다. 개선문의 외관은 여기저기에서 접할 일이 많았는데, 그 내부 모습은 굉장히 생소했다. 누군가의 이름으로 보이는 것들이 빼곡하게 쓰여져 있었다. 청명한 하늘아래에서 거대한 개선문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비록 도로로 둘러싸여 있기는 하지만 이 개선문이 있는 곳 자체는 드넓었기에 탁 트여진 개방감도 있었다. 아침 일찍 와서 그런지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은 별로 없어서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자리를 옮겼다.
아직까지 시간적 여유도 있겠다. 몽마르뜨 언덕을 가기로 했다. 몽마르뜨 언덕의 팔찌등의 강매가 유명했기에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안 가볼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몽마르뜨 언덕 근처에 몰랑루즈가 있길래 잠시 외관만 좀 구경하고 계속 이동했다. 사진은...이유는 모르겠느데 번지게 찍혔더라. 도저히 복구를 못하겠어서 포기.
몽마르뜨 언덕에 가는 길에 우리는 엄청나게 헤맸는데, 지금은 괜찮은 것 같은데, 당시에는 몽마르뜨 언덕이라고 치면 제일 상단에 뜨는 게 우리가 흔히 아는 몽마르뜨 언덕이 아니라 공동묘지가 떴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길을 따라서 갔는데 공동묘지 한 가운데에서 안내가 끝나는 순간 우리가 잘 못 왔구나 싶더라. 다리 밑에 위치하는 공동묘지였는데, 우리나라의 것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이다 보니까 괜히 눈치를 보게되더라. 심지어 복장도 딱 봐도 관광객이니까 혹시라도 계실 조문객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은 그곳을 빠져나오고 생각하기로 했고, 다시 입구쪽으로 나왔다. 어쩐지 언덕이라고는 하는데 계속 내려가기만 하더라.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몽마르뜨 언덕의 주소지를 알아냈고, 그 주소로 다시 이동하기로 했다.
한참을 헤맨 후에 드디어 도착한 몽마르뜨 언덕. 또 이상한 데로 간 걸까봐 엄청 걱정했다. 그래서 사크레쾨르 대성당이 보이자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몽마르뜨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시선은 펭귄과 목적지에만 고정. 최대한 주의에 정신을 안 팔고 열심히 이동했다. 절대 상술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본 건지 우리한테 접근하던 사람들이 금새 흩어지는 걸 봤다. 그때부터 좀 마음을 놓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슬슬 기록과 사진에 의존해도 감상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2년이나 지났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샤르레쾨르 대성당의 내부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이 기억나는 것은 없지만 외관에 비해서는 수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곳을 방문하는 다른 사람들의 목적과 비슷하게 우리도 이곳 자체보다는 풍경을 즐기기로 했다. 슬슬 시간도 다가오고 있었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낼 계획은 아니었고, 적당히 즐기다가 자리를 떴다.
점심 점심! 프랑스에 오면 꼭 먹어 봐야 한다는 프랑스 3대 요리 에스카르고, 푸아그라, 트러플. 트러플은 프랑스에서는 아니었지만 이탈리아에서 트러플 파스타를 먹었으니 만족했고, 에스카르고는.... 소라랑 조개도 못 먹는 내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푸아그라...도 솔직히 순대랑 간을 못 먹어서 거부감이 들기는 했는데, 형태가 안 보이는 상태로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 시도해 보기로 했다.
오리고기 스테이크는 껍질은 바삭하고 기름기가 적당히 남아 촉촉한 고기였다. 약간 두텁고 고급진 오리 훈제를 먹는 기분이었는데, 매우 부드러웠기에 평소에도 오리 고기를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소스도 맛있어서 꽤나 맛있게 먹었다. 푸아그라 라비올리는 크림소스가 베이스였는데, 그 소스가 부드럽고 맛있으며 반죽이 부드럽고 맛있었다. 푸아그라의 맛이 어떤 맛인지는 잘 모르고 먹었는데, 내가 이때 먹으면서 느낀 맛이 푸아그라의 맛이라면 그렇게까지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만족스러웠다. 푸아그라가 약간 느끼하고 물릴 수 있는 맛인데 라비올리가 그것을 잡아주는 것 같았다. 위에 트러플 오일이 뿌려저 있었어서 트러플의 맛도 약간 났다. 개인적으로 푸아그라는 그렇게까지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펭귄의 캐리어 바퀴가 완전 부셔져서 새로운 가방이 필요했다. 파리를 떠나기 전에 가방을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아낸 가방 가게에 사러 갔다. 캐리어를 전문으로 다루는 곳인지 엄청나게 많은 양의 캐리어가 있었다. 한참을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면서 가격을 비교하고 크기를 가늠하고 하면서 캐리어를 골랐다. 구매한 캐리어는 조금 있다가 구매할 마카롱이랑 같이 보관함에 집어넣고 루브르를 구경하기로 했다.
유명 마카롱 가게인 Laduree에 가서 마카롱을 구매하고 루브르로 가기로 했다. 루브르 폐장 시간까지 볼 생각이기 때문에 미리 사 놓는 게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맛은 제일 기본인 초코와 무난한 피스타치오를 하나씩, 특이한 것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marie-antoinette와 장미맛으로 총 4개를 구매했다.
우리가 파업때문에 인터넷으로 어렵게 티겟을 예매했는데, 오늘은 또 파업을 안 했더라.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기 위해서 헤매다가 지하에 있는 카운터를 찾아냈는데, 거기에 직원이 티켓 관련 얘기를 하면서 구매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더라. 조금 허탈했다. 원래 파업이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시작됬다가 끝나는 건가? 모르겠다.
오디오 가이드를 간신히 구매하고 나서 입장하려는 데 입구가 굉장히 다양해서 어디로 가야하는 지 잘 모르겠어서 한참을 헤매고 있었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한 노인분이 말을 걸어오셨다.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보셔서 우리가 보러가고 싶은 작품을 이야기해드렸고, 그분이 매우 친절하시게도 안내해 주시겠다고 했다. 가는 길에 자신의 직업이 선생님이고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중에 한국인 학생이 있어 한국어를 쓰고 있는 우리가 눈에 밟히셨다고 하셨다. 루브르를 굉장히 좋아해서 매주 오고 계시기에 어디에 무슨 작품이 있는 지는 거의 외우고 계신다고 하셨다. 실제로도 어느 공간에 어느 작품이 있는지를 거의 다 알고 계셨고, 그 그림이 어떤 건지도 잘 알고 계셨다. 한참을 설명해 주시면서 같이 있다가 우리랑 길이 갈라질 즈음에 걱정스럽게 숙소는 괜찮은 데 잡았냐고 물어보시길래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드렸더니 거기는 좀 멀기는 해도 안전한 동네니까 괜찮을 거라고 하면서 식당을 추천해주셨다. 헤어질 때 그 프랑스식 인사, 뺨과 뺨을 맞대는? 맞나? 비쥬? 를 하고 헤어졌다. 인생 첫 프랑스 식 인사. 너무나 친절하신 분이셨다. 사진이라도 한장 같이 찍을 걸 그랬다는 생각을 가끔 하고는 한다.
그분과 헤어지고 처음으로 마주한 작품. 메두사 호의 뗏목. 예전에 국내 전시회에서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었던 같은데, 초등학교 시절의 일이라서 제대로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다니던 미술학원의 원장님이 데려가 주신 것이었는데, 그때 메두사 호 라는 이름과 거기에 얽힌 이야기가 강렬하게 머리에 남아있었다. 그 이후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그림 자체를 접할 기회는 많았기에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본 적은 있다는 기억만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깜짝 놀랐던게 펭귄도 이 그림을 국내에서 전지할 때 초등학생 즈음에 보러 간 적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등학교에서 만났고, 그 전에는 완전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가 같은 시간에 그 미술관에 있었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꽤나 들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그림은 나한테 조금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메두사 호의 뗏목은 내가 메두사 호의 침몰이라는 이름으로 잘 못 기억하고 있었고, 내가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큰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메두사 호의 뗏목은 실제로 발생한 해상 사고인 난파된 메두사 호의 선원들을 묘사한 것이다. 이 그림은 왕정복고의 정치적 상황을 나타낸 그림으로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서 병원에서 실제 환자와 시체들을 보며 그렸다고 한다. 이 그림을 보고 있다보면 이탈리아에서 자주 접했던 카라바조의 그림이 생각나기도 했다. 강한 명암대비로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이 그림이 어릴적에 봤음에도 내 머릿 속에 강하게 남아있었던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 봤는데 배의 앞쪽에서 희망을 붙잡기 위해 구조신호를 보내는 사람들과 뒤에 널부러진 사망자들의 시신과 그를 애통하게 붙잡고 있는 사람들간의 대비때문인 것 같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실제 생존자들도 정신적 트라우마에 의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고 하던데... 씁쓸한 기분이 들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제리코의 다른 작품이자 더 유명한 작품인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매우 사실적인 묘사이면서 고전적인 묘사로 유명한 작품이다. 민중을 이끄는 여인은 실존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고 추상적인 관념을 형상화한 인물이라고 한다. 이 그림은 의도적으로 국기에 들어가는 세 가지 색을 많이 사용해서 그려졌다고 알려졌다. 등장하는 인물이 많기는 하지만 상승 형태의 피라미드 구조를 통해서 군중을 이끄는 여인에게 관심이 쏠리도록 만들었다.
카라바조의 성모의 죽음과 같은 작품들을 지나 눈에 확 들어온 작품이 있었다. 너무나 익숙한 작품 사계! 이 그림은 물건들을 합해서 마치 사람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는 것으로 미술 교과서에 꽤나 자주 실리는 그림이었다. 봄에서 겨울로 바뀜에 따라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은 점차 늙어간다. 이 그림을 그린 것은 황제에게 선물하기 위한것으로 통치에 따른 풍요와 그것들로 인해 국가가 구성되어 있음을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음. 나는 뒷 이야기보다는 그저 각 계절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것이라고 알고 있었을 때가 이 그림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멋있는 그림이기는 하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첫 종교 작품인 암굴의 성모. 성경의 외전인 세레 요한과 예수의 이야기 중 이집트로 피난 갔던 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때부터 식물과 풀의 묘사 등에 몰두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모의 대관식. 선명한 금색과 파란 하늘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그림. 타일 바닥으로 기하학적 1점 투시를 만들어 냈다. 금색 부분이 빛을 받아 반짝 반짝 빛나고 있어서 다른 그림들 사이에서 꽤나 눈에 띄었다.
사모트라스의 니케! 승리의 여신, 니케의 여신사로 더욱 유명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루브르에 있는 작품 들 중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제일 유명하다고 하기에는 모나리자가 있으니 차마... 승리의 여신이 뱃머리에 내려선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바람에 의해 흩날리는 옷자락과 내려서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2세기 경에 유행했던 헬레니즘의 명작으로 손꼽힌다. 지금 생각해보니 새삼 대단하다. 2세기면 지금까지 거의 2천년 전의 작품인 것인데, 아직까지 형상이 남아 현 인류애게 그 자태를 보이고 있으니. 아마도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복원 과정을 거쳐야만 했을 것이다. 19세기에 발견되어 오랜 복원 과정을 거쳤다고 하니, 그 정성이 상상이 된다. 날개도 왼쪽만이 발견되어 오랜 검토를 통해 양쪽이 같은 모양일 것이라 추정되어 오른쪽을 복원한 것이라 한다. 유명한 조각상이다 보니 근처에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근처에서 잠시 다리를 쉬어주면서 니케를 바라보다가 다시 자리를 옮겼다.
지나가다가 본 그림인데 헉 소리가 나더라. 저 그림안에 도대체 그림이 몇 장이나 있는건지. 나한테 저런 그림을 그리라고 한다면 저 조그마한 액자에 들어있는거 한 장 그리고 도망가지 않았을까. 진짜 아름다우면서 순간적으로 와 저런 곳을 가지고 있을 정도면 엄청난 부자겠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아마 그림 판매업자의 업장이라는 설명을 들었던 것 같기는 한데... 엄청난 공간이더라. 저런 곳에서 좋은 클래식 틀어놓고 티타임 한번만 가져보고 싶다.
이곳을 돌아다니다가 베니스의 두칼레 궁전에서 봤던 틴토레토의 천국을 다시한번 마주했다. 베니스에 있는 벽화 작품의 스케치 본이라고 한다. 천국에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소리는 음악인 것을 묘사하기 위해서인지 매우 역동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는 없는 모습을 마치 실제처럼 묘사하기 위해서 큰 노력을 들였다고 한다. 베니스에서 나한테 큰 감동을 주었던 작품을 루브르에서 다시 한 번 마주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고 괜히 반갑고 하더라.
이후에 우리는 아직도 모나리자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모나리자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가이드에는 원하는 작품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는 기능도 있었기에 거기에 입력을 했는데, 길이 엄청 복잡하게 나왔다. 그래서 한참을 같은 길을 왔다 갔다. 같은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헤매었다. 그렇게 헤매던 중에 정말 자주 지나가게 된 동상들이 한 가득 서 있는 공간. 볼때마다 저 단단한 돌을 저렇게 조각해 낸 솜씨들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하도 많이 지나가다 보니 이 장소가 눈 앞에 나타나자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햇빛도 들이치고 있어 매우 아름다웠지만.... 그날만큼은 또 보고 싶지는 않았다.
중간에 마주한 기념품점. 규모가 크다보니 기념품점도 여기저기 있는 것 같았다. 양말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모나리자가 조금 부담스러우면서도 웃기더라. 저거 신고 다니면 슬리퍼에서 고개를 배꼼 내민 모나리자를 볼 수 있겠지? 배경 색이 다르게 여러 버전 있는 것도 너무나 웃겼다. 그리고 펜촉과 깃펜 홀더.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갖고 싶지는 않았기에 와 예쁘다.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만 들었는데, 딥펜에 대한 취미를 가지기 시작한 요즘에는 기념품으로 하나쯤 사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던 와중에 게이트를 마주하기도 했는데, 이게 우리를 헤매게 만드는데 한 몫 했다. 한 번 입장하면 다시 들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실수로라도 박물관을 나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바코드를 찍고 지나가야 하는 게이트를 눈 앞에 두니 망설이게 되더라. 그래도 한참을 헤매도 못 찾겠어서 결국 찍고 지나갔는데, 다른 게이트로 다시 들어갈 수 있어서 안심했다. 그렇게 헤매고 헤매서 에스컬레이터를 한참을 타고 올라가다 보니 드디어 모나리자에 도착했다. 알고 보니 얼마전에 모나리자의 위치를 바꾸었던 거라서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도 옮겨진 덕분인지 훨씬 넓은 공간과 적은 사람들 사이에서 모나리자를 영접할 수 있었다.
모나리자 앞에는 여전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더라. 그래도 예전에 찍힌 사진들에 비하면 훨씬 적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 순서를 기다리면서 생각한 건데 모나리자랑 같은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은 무슨 죄인가 싶더라. 모든 사람들이 모나리자만을 보려고 이 공간에 들어와 있다 보니 사람들의 눈길 한 번 제대로 못 받는 것 같고, 배경의 병풍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
모나리자. 와우. 팬사인회를 가 본 적은 없지만 간다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앞에서 직원은 사진 한 장 찍으면 비키라고 하고, 나는 좀 진득하니 서서 보고 싶은데, 사람을 빨리 빨리 비키게 만들려는 것 같아서 급하게 사진 한 장 찍고 쫓겨났다.... 결국 모나리자를 정면에서 보는 건 불가능했고, 옆에서 본 기억만이 남아있다..... 모나리자.... 너무나도 금방 스쳐지나가버렸다.... 진짜 눈길 한번 찰칵! 하고 나니 이미 나는 저 멀리..... 작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도 훨씬 작은 작품이었다. 조금 더 오래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에 옆에서 한참을 쳐다보다가 아래로 내려왔다. 내려오니 그림이 아닌 유물 작품들이 한 가득이었다. 회화 작품은 한참 보고 왔으니까 이젠 유물관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중간에 마주한 예쁜 자기들. 색이 완전 취향이라서 잠시 머물러서 구경했다. 저런 색상의 티파티 세트를 맞출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생트 샤펠의 성모상. 어쩐지 돌로 만든 것 치고는 굉장히 광택이 돌고 색상이 오묘하다 했더니 상아로 만든 것이더라. 성모는 당시의 미의 기준으로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더라. 미의 기준은 세대를 거치면서 변화한다고는 하는데, 어떤 시대의 미의 기준이던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아름다움이 퇴색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무 생각도 없이 돌아다니다가 진짜 깜짝놀라게 만든 동상. 부릅뜬 두 눈이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내가 보고 있지 않아도 등 뒤에서 시선이 느껴질 것만 같은 모습. 정말 강렬한 시선이 특징이다. 사진 정리하면서도 이 사진 보고 순간 흠칫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감독관의 모습을 나타낸 동상이라고 한다. 이 동상이 지나온 시간에 대비해 굉장히 양호한 보관상태를 가지고 있다. 저 강렬한 시선을 가지게 만든 두 눈은 청금석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 역시 강렬한 눈빛에는 이유가 있는 법. 등 뒤에 글귀가 써져 있는데, 그 글귀에는 종교적인 맥락이 담겨 있다고 한다. 예술적 의도라기보다는 정치적 지위와 부귀에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이 곳을 여러번 왔다 갔다 하면서 계속 강렬한 시선과 마주하다 보니 뭔가 미묘한 친밀감마저 느끼게 만드는 존재감. 정말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였고, 펭귄도 유물관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으로 꼽았다.
멀리서 보는 순간 어 저거! 하면서 한달음에 달려가게 만든 그 유명한! 함무라비 비.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구절이 굉장히 유명하다. 태양과 정의의 신인 샤마쉬가 왼쪽에 있는 왕에게 권한을 이향했다는 그림이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왼쪽에서 오른족으로 읽는 한글과 다르게 이 비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한다고 한다. 그 내용은 왕의 업적, 머릿말, 맺음말과 판례와 같은 것들이 적혀있다고 하는데, 그 당시에 결혼을 굉장히 중히 여겨서 외도를 하면 목을 내놓아야 한다고 한다. 역시 함무라비 비. 용서란 없다.
여기 저기 놓여 있는 동상들을 구경하면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벌써 코 앞까지 다가온 폐장시간. 마지막으로 모나리자나 한 번 보고 갈까 했는데, 거리도 멀고 이제 더 돌아다닐 힘도 없고 배도 고프니 이만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고대 이집트 문화를 엄청나게 좋아해서 이집트관을 더 보고 싶기는 했는데, 펭귄이 미라 무섭다고 해서 두고 나 혼자 둘러보자니 기차역에서 한 번 흩어지고 나니 무서워서 멀리가지도 못하겠고, 이집트 관은 보존을 위해서인지 굉장히 난방을 빵빵하게 하고 있었는데, 찜통 더위의 파리에 진절머리나 있었고, 갈증이 몰려와서 포기하기로 했다. 말로만 듣던 이집트 유물들을 코 앞에 두고 더 보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아쉬웠지만 거기에 조금만 더 있다가는 내가 미라가 될 것만 같았다. 다음에 또 오면 꼭 물을 한가득 들고 와야 겠다.
나폴레옹의 대관식이나 스핑크스, 미이라들도 원껏 보고 나니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조금 더 여유롭게 보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움도 좀 남았다. 마음같아서는 루브르 코 앞에 숙소를 잡고 일주일 내내 루브르만 구경하고 싶었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파리 와서 루브르만 한창 보다가 가야지.
밖으로 나오니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있더라. 워어어낙 해가 늦게 지니깐 시간이 꽤 늦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해가 다 지지는 않았더라. 아직 숙소에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기도 했으니까 에펠탑 보러 가기로 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는 에펠탑에 도착하고 싶어서 서두르기는 했는데 역시나 해가 순식간에 져 버리더라.
에펠탑에 샛노란 불빛이 가득하게 켜져 있더라. 낯에 온 것이 아니다보니 무서워서 사진 스팟을 찾아다닐 자신은 나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대로 그 조그만 에펠탑 기념품을 사는 분들이 한 가득 계신데다가 좁은 길 양 옆으로 나무가 빼곡하게 자라 있어서 밤에 다니기에는 좀 무섭더라. 그래서 에펠탑을 좀 보다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에펠탑. 가깝게 다가가고는 싶었는데, 길치 둘이서 밤에 길을 찾자니 너무 힘들고 무섭더라. 다가가는 중에 느낀 건데 에펠탑, 생각보다 훨씬 크더라. 엄청난 위압감. 그 옛날에 갑자기 이런 철골 구조물을 보고 흉측하다가 그런 사람들이 이해가 갈 것 같았다.
루브르를 한참 돌아다니다가 에펠탑 근처에서 마음까지 졸이다 보니 기진맥진. 이제 숙소에 돌아가서 쉴 생각하니 어젯밤 디즈니랜드의 피로까지 몰려와 기절잠....을 자려고 했는데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좀 졸고 일어나니 살 것 같아 숙소에 도착할 즈음에는 마카롱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 우리 둘 다 이런 거 엄청 좋아해서 기대에 가득차서 마카롱 개봉!!!
저 하늘색 마카롱은 베어무는 순간 차맛이 가볍게 혀끝을 돌면서 향이 계속 해서 올라왔다. 차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선택이었고 색까지 완전 취향인지라 마음에 들었다. 먹고 난 후에도 차 향 때문인지 약간의 청랑감이 남고 디저트 특유의 단 잔맛이 약했다. 정말 마음에 드는 맛. 약간의 견과류 맛과 시트러스 계열의 맛이 느껴지는데 아마도 필링에서 나는 맛이 아닐까 싶었다.
저 분홍색은 장미맛인데 기본 단맛을 토대로 하고 그 위에 거북하지 않을 정도의 장미향과 맛이 났다. 예전 장미맛 초콜릿에 된통 당했던 터라 조금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건 전혀 그렇지 않았다! 딱 좋을 정도의 향과 맛. 이게 냄새만 맡았을 때는 꽤나 강한 장미향이라 조심스레 베어물었는데, 향보다 맛이 약해서 다행스러웠다.
초코랑 피스타치오는 무난한 맛이라서 음 잘 만든 마카롱이라는 감상은 있었지만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다채로운 마카롱의 단 맛으로 피로를 날려버리고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내일이 파리의 마지막 날. 이 뜨거운 숙소에서 마지막 날. 안녕 숙소. 안녕 무더위. 이제 탈출이라 생각하니 덥지만 왠지 시원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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