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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2019.7 로마-런던 첫 유럽 여행

2019.07.24 파리 : 루브르 박물관 - 모네의 정원

루브르 박물관 - 모네의 정원 - PAUL

 

 와, 파리가 폭염이라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세상에. 아침에 눈을 뜨니 땀에 흠뻑 젖은 기분이었다. 우리 둘 다 잠을 잘 자는 타입이라서 그 더위 속에서도 한번도 안 깨고 자기는 했지만, 그 무더위 속에서 눈을 뜨니.....와우. 정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너무 더워서 일어나자마자 물을 들이마시고 아침밥을 준비했다. 날씨가 워낙에 더웠고 오늘은 많이 돌아다닐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침은 든든하게 먹기로 했다. 애초에 양이 적은 것도 있었지만... 우리의 아침은 토마토 리조또와 라자냐! 라자냐는 우리의 여행 초반부터 함께 해오고 있는 맛있고 간편한 든든한 친구가 되어 있었고, 토마토 리조또는 새로운 걸 도전해 볼 생각으로 무난해 보이는 걸 집어왔다. 그런데 놀라웠던 게 이미지 사진인줄만 알았는데, 정말로 저 리조또의 중간에 토마토가 있었다. 날씨가 더웠던 탓에 정신이 없었는지 사진은 없지만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토마토가 귀여웠다. 오랜만에 쌀로 아침을 먹고 우리의 목적지인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지하철로 쭉 이동해서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동. 짐이 없어서 그런지 어제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워낙에 유명하다 보니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루브르 박물관의 정문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게, 저 거대한 유리 피라미드가 멀리서도 거대한 문 너머로 보이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유리 피라미드를 기준으로 하여 루브르 박물관을 찾았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과 날짜를 정해놓은게 아니라서 현장발권을 하기 위해서 사람이 보다 적은 입구를 찾아서 한참을 헤매야만 했다.

 

 그러던 중에 개선문을 만났다. 이 개선문은 색이 아직 다 없어지지 않아서 인지 보다 화려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청동말과 그 양 옆의 금빛 사람들도 눈을 확 잡아끌었다. 루브르 입구를 못 찾고 있다가 만나게 된 개선문은 조금 반가웠지만 아직 입구를 열심히 찾아야 해서 멀리서만 좀 구경하고 다음으로 구경을 미루기로 했다.

 

 어렵게 어렵게 찾아서 갔는데, 이게 진짜 말인지 아닌지, 티켓을 사려고 줄을 서 있는데, 우리한테 티켓을 팔지 않는다고 인터넷 예매로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는것이다. 그래서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서 들은 내용을 기반으로 검색을 해보니 파업을 해서 현장에서 입장권 판매를 하지 않는단다. 프랑스가 파업과 시위의 나라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에서 파업을 해서 티켓을 현장발권하지 않는다니? 무슨 소리야? 진짜 너무 허탈해서 진이 다 빠지더라. 그래가지고 급하게 거기에서 인터넷으로 티켓을 예매하고 일정을 미뤄야만 했다. 루브르가 워낙에 거대하다보니 루브르 하나만 가지고 하루의 일정을 가득 채워놨는데, 일이 이렇게 되서 어떻게 할지를 한참을 고민하다가 근교 여행 일정을 당기기로 했다. 그래서 급하게 모내의 정원 쪽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급하게 기차역으로 이동해서 티켓을 구매하고 이동하면서 이동경로를 재정리했다. 베론 지베르니 역으로 이동하는 기차표를 구매하고 나서 딱 들어갔는데, 우와. 기차에도 냉방 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너무나 놀라웠다. 냉방이 되는 칸이 있고, 안 되는 칸이 있었떤 것이다. 초반에는 그걸 모르고 있어서 그냥 앉았는데, 너무 덥기도 하고 사람도 너무 없어서 조금 이동해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냉방이 되는 칸에 다들 모여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그 칸에 앉아서 가리고 했다. 막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냉방 시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모네의 정원이 있다는 역에 딱 내리니까 파리의 역과는 다르게 굉장히 횡한 느낌이고 한국의 기차역과도 느낌이 다르게 기차 위쪽의 다리를 통해서 출구를 통해가야 했다. 그래서 좀 많이 생소해서 길을 찾는데 힘들었지만 그래도 역에서 빠져나오기만 하면 모네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셔틀버스를 타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수월했다.

 

 셔틀 버스를 탈 때 돈을 내고 표를 구매하면 되서 구매하고 난 후에 앉아서 편하게 이동했다. 시간표도 같이 써 있기 때문에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 버스는 역시 관광시설이라 그런지 시설이 좋았다. 의자도 좋았고, 에어컨도 제대로 나오고 있었다. 덕분에 행복하게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리고 나면 모네의 마을 입구에 내려준다. 이 곳의 주 수입원이 모네의 정원인듯, 모네의 정원을 찾아가는 길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집들의 높이가 높지않고 아기자기해서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중간 중간에 식당이나 카페 같은 것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일단 날씨가 너무 더웠기도 하고, 길을 잃어버리고 싶지도 않았기에 일단은 열심히 모네의 정원 쪽으로 이동했다.

 

 모네의 정원의 입구에는 외부로도 줄이 쭉 서 있는데, 다행히도 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있어서 미니 선풍기를 손에 들고 서서 버틸만했다. 또한 입장하는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금방 금방 줄어드는 줄을 보면 버틸 힘이 나기도 하고. 기다렸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매표소가 나오고 사람들이 서 있다. 나이가 꽤 지극하게 드신 아주머님과 아저씨가 계시는데, 우리에게 그 선풍기 시원하겠다! 하면서 살갑게 말을 걸어주셨다. 우리도 모네의 정원에 드디어 들어간다는 기대감과 두 분의 친절한 태도와 발랄한 분위기에 한껏 들떠서 여행으로 왔다는 이야기도 하고 선풍기도 쐬어 드리고 하면서 표를 사가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미니 선풍기의 바람을 한 번 쐬신 후에 들어가는 우리의 등 뒤로 그것 참 엄청난 물건이다! 라고 말해주셔셔 더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희한하게 들어오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게 기념품점이라서 조금 당황했다. 이 기념품 점에 들어가기에 앞 서 꽤 긴 거리의 복도를 지나가는 데 이 중간에 자판기가 있다.... 자판기의 물이 시원해 보이지도 않고, 우리는 물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사지 않고 지나가기는 했는데, 우리는 이 선택을 후에 매우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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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일단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기념품점의 규모가 꽤나 있는 편이었는데, 모네의 그림의 복제품일 것 같은 그림들이 무수히 많이 걸려 있고 기념품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정말 많이 전시되어 있다. 조그마한 집 모형부터 시작해서 그림을 이용한 굿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내 눈을 제일 잡아 끈 것은 미술도구 세트... 아니 나무 상자에 들어있는 미술도구 세트는 내 소장욕구를 너무나 자극했다. 미술용품 모으는 걸 워낙에 좋아하다보니 진짜 가지고는 싶었는데, 예산과 짐의 문제로 포기했다. 솔직히 그게 한 번 눈에 들어오니 다른 게 눈에 들어오더라.

 

 그나마 냉방이 되고 있는 기념품점을 나서니 폭염이 온 파리의 뜨거운 뙤약볕이 우리를 덮쳤다. 솔직히 기념품점에서 더 미적거리고 있었던 이유가 그 햇볕 아래로 나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진짜 그늘에서 서서 보면 이런 햇빛이 딱 보인다. 그늘에서 나가기가 무서워진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 초반이니 힘이 남아있었고 아직까지는 버틸만했으므로 이 햇빛 아래로 눈 딱 감고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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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원은 내가 정원을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그런 정원의 크기가 아니다. 진짜 어디에 있을 것 같은 공원 정도의 크기가 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모네가 정원을 가꾸는 것도 좋아해서 이 정원도 직접 가꾸었다고 하는데, 진짜 애정이 엄청났던 것 같다. 나는 돈 주고 하라고 해도 힘들어서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아름답게 조성할 자신도 없다. 지금으 그 곳을 수 많은 사람들이 관리하고 있더라. 날씨가 너무 더워서 여기저기 꼼꼼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얼핏 봐도 정말 예쁘게 구석구석 관리된 곳이라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이런 풍경을 보고 그리니 그런 그림이 나왔겠구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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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꽃들이 있는 곳에서는 벌들도 당연히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곤충을 좀 많이 무서워해서 가까이 다가기는 힘들었지만 아름답고 화사한 꽃들이 내리쬐는 햇볓을 받아들이려는 듯 꽃을 활짝 피고 위를 향하고 있었다.

 

 길 중간 중간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초록색으로 줄이 쳐져 있어서 길을 잃고 헤매이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고, 사람들은 마치 정해진 길이 있는 것처럼 정원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있었다. 녹음이 푸르르고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한 곳들을 걸어다니다가 덩굴식물로 이루어진 아치가 위치하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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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 아치의 양 옆에 거의 내 키만큼 자란 것 같은 꽃들이 쭉 피어있었다. 역시 아치는 사람들의 포토스팟인듯 꽤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도 여기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아치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면 더 예쁜 사진이 찍힐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쉽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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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치를 지나고 난 후에도 다양한 꽃들이랑 구역들을 구경하면서 쭉 갔다. 중간 중간 나타나는 그늘이 너무나 반가워서 냉큼 들어가서 쉬면서 봤다. 나는 곤충을 엄청 무서워해서 원래 여름에는 식물 밑에 가지는 않는데, 이 때는 너무 더웠어서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중간에 수련연못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을 가르키는 표지판을 발견했는데, 일단은 모네의 집을 먼저 관광하고 이 곳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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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네의 집! 모네의 정원 못지않게 집도 엄청나게 아름다웠다. 모네는 다른 화가들과 다르게 생전에 주목을 받았기에 꽤나 유복한 노후 생활을 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집이 정말 컸는데, 나도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집에 살면서 돈 걱정 안 하고 정원만 가꾸면서 살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삶이 아닐까? 모네의 집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입구를 찾아서 한참을 헤맸는데, 이상하게 입구를 잘 못 찾겠어서 이 앞에서 한참을 뱅뱅 돌았던 것 같다. 날씨도 더웠고 지쳤기 때문에 어쩌다 내부에 들어가게 됬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빨리 그늘이 드리워진 실내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던 것 같다.

 

 모네의 집에 들어가면 내부의 불은 거의 켜져 있지 않은 상태인데도 실내가 훤하게 보일 정도로 많은 창문들이 있고 채광이 굉장히 좋다. 창문에 가까이 붙은 곳에서 이런 풍경도 볼 수가 있는데 너무 좋더라. 저런 의자에는 사람들이 앉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솔직히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앉고 싶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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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모네의 집 답게 여기저기에 모네의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저 한점 한점이 정말 어마어마한 가치를 갖는 그림일테니 아마 원본은 전부 미술관에 있지 않을까 싶지만 집에 걸려 있는 그림들을 보면 정말 모네가 이 곳에 살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도 저런 그림을 한 점 집에 걸어놓고 싶은 마음이 드는 한 편 나도 그림을 잘 그렸더라면 내가 그린 그림을 저렇게 장식할 수 있을까? 라는 부러움이 들기도 했다.

 

 중간에 비교적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창문이 있어서 다가가서 창문 밖을 한번 찍어봤다. 아래에서 쳐다볼 때에는 잘 몰랐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니 꽤나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고 질서정연하게 정돈되어 있는 정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새삼스럽게 그 거대한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원의 크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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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들어서는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는 주방!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저 파란 타일 위에 일제히 늘어서 있는 구리? 재질의 식기들이었다. 나는 원체 파란 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파란 타일부터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그와 대비되는 색상의 식기가 쭉 늘어서 있는 걸 보니 아름다웠다. 누군가는 옛날 디자인의 촌스러운 주방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솔직히 나는 저 파란 타일 주방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이 곳에서 꽤나 오랜 시간 머무르면서 사진을 찍고 구경을 했던 것 같다.

 

 길고 길었던 모네의 집의 탐방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내부에 냉방이 따로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늘을 벗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정원을 지나서 아까 수련 정원으로 가는 길을 봤던 곳에 도착했다. 나는 정원이랑 정원이니까 땅 위로 연결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지하도를 통해서 넘어가야 했다. 지하도에 딱 들어서는 순간 너무나 시원해서 이 곳을 벗어나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한 게 나 뿐만은 아닌지 꽤나 많은 사람들이 내부에 그냥 서 있더라. 그래서 우리도 이 곳에서 한 숨 돌리고 나가기로 했다.

 

 그 지하도를 지나고 딱 나오면 이전까지 있던 곳이랑은 완전 다른 느낌이다. 이 앞에 있던 정원은 잘 가꾸어진 시골집의 정원 느낌인데, 여기는 거대한 공원의 한 가운데에 있는 기분이었다. 

 

 수련 정원은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미 너무나 더운 상태라서 주위를 열심히 둘러보기 보다는 우리의 본 목적인 '수련'의 배경이 되었다고 하는 그 연못에 가는 것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렇게 조그만 강? 도랑? 의 근처로 쭉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보면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쭉 따라가기로 했다. 이 곳의 면적도 정말 장난 아니게 넓어서 찾는 데는 한참이 걸렸던 것 같다.

 마침내 도착한 수련 연못! 조그만 길과 길을 이어주는 자그마한 다리 위에 올라서면 정말 모네의 그림에 나오는 구도의 수련 정원을 마주할 수 있다. 날씨가 굉장히 맑아서 녹음이 싱그러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너무나 더워서 이 장소를 발견할 즈음 되니까 우리 둘 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평소에 모네의 그림을 굉장히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이 무더위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이 아름다운 광경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대충 사진으로라도 남기고 그늘로 피하기로 했다. 나는 그나마 사정이 좀 나았는데, 펭귄은 진짜 거의 반쯤 일사병에 걸린 것 같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물은 이미 다 마신지 오래라서 빨리 물을 파는 곳이던,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던, 실내던 찾아서 들어가고 싶었다. 

 다행히 중간중간에 그늘이 좀 있었고 이때까지는 아직 증상도 심하지 않고 좀 버틸만 했기에 그늘을 찾아다니면서 처음에 봤던 기념품 점으로 돌아갈 길을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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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그 와중에 틈틈이 사진을 찍기는 했다. 솔직히 이 풍경은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굳이 굳이 모든 걸 감안하고라도 찍으려고 했던 사진이었다. 그늘에서 조금 쉬고 나서 상태가 조금 괜찮아 지기도 했고. 직원이신 것 같은데, 아마 수련을 관리하시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 조그만 조각 배 위에 서 있는게, 정말 그림에 나올 것 같은 풍경이었다. 마침 위치도 딱 나뭇가지 사이로 빼꼼 보이고 계셔셔 잠시 동화나 영화 속에 들어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내리쬐는 햇볕의 아래에 서 있으면 바로 현실로 돌아오게 되더라.

 이후에는 정말 정신없이 돌아가는 길을 찾아다녔기 때문에 사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더라. 저렇게 흐르는 물이 있는데 진짜 뛰어들어가고 싶더라. 너무 더웠다. 중간부터는 그늘도 찾기가 힘들고, 중간에 앉을 수 있는 곳은 이미 만석이라서... 정말 아름답고 거대한 정원이었지만 더위에 먹힌 우리는 제대로 즐길 상태가 아니었다. 펭귄은 이때쯤 가니 진짜 일사병이 좀 심해진 것 같더라. 나도 더위를 조금 먹은 상태였는지 수련 정원이 있는 부근을 돌아다닐 즈음부터 제대로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이게 진짜 아쉽다. 일부러 교외까지 나와서 이걸 보러 온 건데, 아무것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게....  나는 그래도 초입 즈음에 가면 자판기 하나 쯤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무것도 없더라. 이 이후부터 도대체 어떻게 기념품 점으로 돌아갔는지 기억이 안 난다. 길이 복잡한데다가 둘 다 엄청 지쳐서 말 한마디도 안 하고 기념품점만 열심히 찾아다녔던 것 같다. 진짜 거의 반 좀비상태였다. 

 

 간신히 기념품점에 다시 도착했는데, 아니 무슨 기념품점에도 자판기 하나가 없지? 그래도 여기는 에어컨이 나오고 있어서 한 결 살만 했다. 앉아있을 곳이 있다거나 이런 건 아니었는데, 그냥 기온이 시원하고 머리 위로 내리쬐는 햇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천국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우리는 한참을 인적이 드문 곳에 서서 멍하니 선풍기 바람만을 쐬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좀 둘러봤는데 이게 너무나 귀여웠고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조립형 미니어처도 아니고 조립되어 있는 걸 사는 건데 86달러나 내고 싶지는 않아서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구매를 포기했다. 이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건 없었어서 그냥 대강 둘러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돌아갔다. 

 

 원래는 여기를 들렀다가 오후에 반 고흐의 도시라고 불리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갈려고 했는데 우리는 너무나 지친 상태여서 굉장히 이른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 둘 다 너무 지쳐서 기차에서 졸다 깼다 하면서 갔던 것 같다. 이렇게 된 거 그냥 빵집이나 좀 둘러보고 맛있는 거 사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프랑스에서의 바게트는 어디를 가도 맛있다고 그래서 원래는 그냥 아무 빵집이나 들어가서 사 먹을 생각이었는데 펭귄이 아무리 그래도 좀 알아보고 먹는 게 좋지 않냐고 해서 잠시 역에서 쉬면서 빵집을 찾아보고 결국 PAUL로 결정했다. 워낙에 관련 리뷰가 없다보니 그냥 유명한 곳으로 가기로 한 것이다.

 

 근데 우리는 분명히 바게트를 사러 온 건데 디저트에 눈이 돌아가서....둘 다 단 걸 좋아하다보니 눈길이 자꾸 가는 걸 어쩔 수 가 없더라. 엄청 맛있어 보이기도 했고... 마카롱은 다른 유명한 가게에서 먹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펭귄이 궁금하다고 하는 밀푀유랑 식사 대용이 되는 샌드위치? 같은 바게트 하나. 그리고 초코 빵을 하나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나는 원래 빵을 엄청 좋아해서 빵집에 들어가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이것저것 보는데, 이날 너무 지친데다가 더웠어서 빵을 봐도 식욕이 안 돋더라...더위 먹으면 입맛이 없다던데 사실인 것 같았다.

 

 일단 숙소에 돌아와서 한숨 좀 돌리고 찬물이 열 좀 식히게 샤워도 좀 하고 시원한 물도 좀 꺼내 마시고 냉방시설이 없다보니 냉장고 공기 좀 쐬고 ㅎㅎ 그러고 한참을 있다가 드디어 빵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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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바게트! 내가 닭고리를 좋아해서 닭고기 들어간 걸로 고른 건데...여기서 다시 한번 느꼈다. 한국인. 아무리 다들 야채 싫다고 해도 야채 진짜 많이 먹고 사는 구나. 내 생에 이렇게까지 야채가 조금 들어간 샌드위치는 처음이었다. 맨날 고기 없다고 툴툴 거렸는데 내가 양배추랑 토마토가 그리워서 투덜거리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일단 바게트 빵은 좀 딱딱했지만 맛있었다. 일반 바게트가 아니라 곡물 바게트라서 겉에 곡물이 있었는데 이게 씹히는 맛이 괜찮더라. 닭고기가 맛있었고 특이하게 약간의 와사비 맛이 나더라. 막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맛은 아닌데 맛있는 식사대용으로는 좋았다. 아마 현지인들이 식사 대용 느낌으로 사 먹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

 

 밀푀유는 나도 처음 사 먹어보는 것이었는데, 위에 얇게 깔린 설탕층이 달달해서 일단 너무 좋았다. 층이 얇다 보니 쉽게 바스라지는데, 층과 층 사이에 설탕 입힌 밤 맛이 나는 무스가 발라져있다. 이 무스가 달콤해서 좋았는데, 단 거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못 먹겠구나 싶었다. 나랑 펭귄은 단 걸 잘 먹는 편이라서 크게 문제 없이 먹기는 했는데, 매우 달기 때문에 아마 아메리카노 없이는 단 거 못 드시는 분들은 한 입 먹고 안 드시지 않을까 싶다. 

 

 초코빵은 얇은 패스츄리 사이에 진한 초콜릿이 섞여 있는 형태였다. 그렇게까지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달고 맛있을 수 밖에 없는 무난한 조합이었다. 흰 우유랑 같이 먹으면 너무나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날은 이렇게 에어컨도 안 나오는 숙소에서 미니 선풍기 틀어놓고 늘어져서 사온 달달한 빵들이나 집어먹으면서 쉬었다. 내가 여행을 와서 이렇게 무의미하게 보내는 날이 생길 줄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그 당시에는 저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모네의 정원 : 인당 5.5유로

지베르니 행 기차 : 인당 왕복 10.2유로

모네 마을 행 셔틀 버스 : 인당 왕복 10유로

PAUL : SWGRAINPOUL(바게트) 4.5유로, P.CHOCOLAT 1.3유로, MILEFFEUILE 3.3유로